[사설] 양대 노총의 정부 위원회 독식 타파, 86%를 위한 노동 개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독식해온 정부 위원회 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됐다. 고용노동부가 그제 산재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근로자위원 5명의 추천권을 양대 노총 외 다른 노조로 확대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다. 이어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 추천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도 올해 안에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MZ노조 등도 정부 산하 위원회에 참가할 전망이다.

양대 노총의 노조 조직률은 합쳐도 1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 위원회의 근로자위원 몫을 독점해 그들만의 이익을 관철했다. 이렇게 공고한 성벽을 쌓고 기득권을 고수하는 동안 MZ세대·여성·비정규직 등 나머지 근로자 86%는 소외당했다. 최저임금위와 산재심의위뿐 아니라 고용부 산하 고용보험심사위 등도 모두 두 노총의 독차지다. 대표적 노사정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봐도 근로자 대표 위원 5명의 추천권을 독점하고 있다. 정부 위원회 가운데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21곳이 모두 이런 구조다. 이렇다 보니 노동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투쟁적 목소리를 내며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 위원회를 비롯해 온갖 교섭권과 지원금까지 독차지해왔다. 지난해 고용부가 지원한 국고보조금의 93%가 두 노총에 독점적으로 돌아갔다. 이 돈의 일부는 유람선 관광이나 족욕 체험 등으로 흘러갔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성 노조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며 새로운 노조가 결성되는 등 노동계 내부에서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도 이런 ‘14%의 성벽’과 무관치 않다. 이 같은 독식 구조 타파는 노동 개혁의 핵심이다. 경사노위 등 다른 모든 정부 산하 위원회로 확산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여성 등 다수의 다양한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노동계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