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예상 벗어나면 다른것 희생해 금리 올릴 수 있다"

한은, 기준금리 6연속 동결

시장선 "매파적 동결"
"중동 사태로 불확실성 커 답답
물가 2% 수렴 늦어질 수 있어"
금통위원 5명 "긴축 강화 필요"

"한은, 통화정책 느슨하게 해서
부동산 오르게 하는 일 없을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연 3.5%인 기준금리를 지난 2·4·5·7·8월에 이어 6회 연속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지난 8월 예측한 물가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 게 금융통화위원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예상 경로보다 올라 국가 경제 전체를 위해 어떤 것을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6연속 동결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고유가, 고환율 여파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태도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불안 심화 땐 금리 인상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물가를 꼽았다. 한은은 8월 경제전망 때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3.5%와 2.4%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7%를 기록한 데다 국제 유가가 뛰면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내년 12월 말 물가상승률이 2%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속도는 지난 8월 예측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와 환율, 국채 금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 총재는 “1년 전과 비교해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문제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였다. 하지만 향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5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목표 수렴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서 긴축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했다.금통위 내에서 향후 금리에 대해 인하 가능성이 언급된 건 이 총재가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공개한 작년 11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과 7·8월 금통위에선 전원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 총재는 해당 금통위원의 발언에 대해 “금리를 내리자고 한 것은 아니다”며 “물가 위험도 있고, 성장 하방도 있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는 옵션도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시장의 판단에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중동 사태로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고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금통위원 다섯 분이 말한 것처럼 금리 인상을 굉장히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부동산값 올리는 통화정책 안 해”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선 미시적 조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를 조정하려면 금리를 엄청 올리거나 내려야 한다”며 “이 경우 다른 부분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보다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가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가계부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금통위원이 있었다고 전하며 “한은이 통화정책을 너무 느슨하게 해서 통화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빚을 내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족’에 대해선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다시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해서(돈을 빌려서) 하는 분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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