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담배 빠진 담배유해성분 공개법…"반쪽짜리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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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업체 난립…제도 마련 시급"이달 초 10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담배유해성분 공개법’을 두고 업계에서 반쪽자리 법안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초의 줄기·뿌리나 합성니코틴으로 제조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닌 탓에 유해성분 공개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6일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법이 처음 발의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제정안은 담배에 들어간 첨가물과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성분을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2025년 10월부터 시행된다.법 통과 이후 담배업계에선 불만이 적지 않다. ‘유사 담배’로 불리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서다. 담배 규제는 제품 성분별로 뒤죽박죽이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 잎’으로 제조한 담배만 해당된다. 연초의 줄기나 뿌리,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담배는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 판매 금지, 광고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조세 제도는 또 다르다. 정부는 2021년 8월부터 궐련형 담배뿐 아니라 줄기·뿌리 니코틴 제품에도 세금을 매기고 있다. 합성니코틴 제품은 세금을 안 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3년 1.1%에서 2020년 3.2%로 세 배로 증가했다. 세계 액상형 담배 판매량은 2015년 83억달러에서 2020년 210억달러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이 없고 온라인 광고가 가능해 액상형 담배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며 “유해성 확인이 제일 시급한 합성니코틴은 성분 공개 대상에서 빠져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는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돼 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다. 다만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면서도 “법 개정에 앞서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