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문에 재료비 다 올랐다"…관광지 물가에 '화들짝' [위기의 독일경제③]

커리부어스트, 맥주 주문하니 10유로
위기의 독일경제③-중국 딜레마에 빠진 獨
지난 5일 독일 베를린 중심부에 있는 베를리너돔 인근에 '커리부어스트' 등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늘어서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재료 비용 등이 올라 커리부어스트와 맥주를 합한 가격이 10유로에 달했다./사진=허세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가스비, 감자, 소시지 가격 등 모든 게 다 올랐어요."지난 5일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대형교회 '베를리너 돔' 뒤편 노점상. 베를린 대표 길거리 음식 '커리부어스트(소시지에 케첩과 커리 가루를 얹고 감자튀김을 더한 음식)'와 맥주를 합친 가격이 10유로(약 1만4000원)였다. 관광지 물가를 감안해도 비싼 편이다. 레바논 출신 노점상 아흐만 살바도르는 "너무 비싸다"는 기자의 반응에 이렇게 답했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독일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물가가 급등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가파른 임금 상승이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보다 4.5% 상승했다. 전달(6.1%) 보다 오름세가 낮아졌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지난해 높은 물가로 인한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라인트 그로프 할레경제연구소(IWH) 소장은 "지난해 여름 도입된 9유로짜리 대중교통 티켓이 작년 9월에 종료되면서 교통비가 급등했기 때문에 올해 9월 물가상승률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독일 내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다. 지난달 독일의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7.5%로 평균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독일에 진출한 국내 A은행 관계자는 "커리부어스트뿐 아니라 독일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되너(케밥)도 우크라이나 전쟁 전 5유로에서 현재 8유로 정도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로프 소장은 이와 관련해 "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저소득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임금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금이 높아지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려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올 2분기 독일인의 명목임금 상승률은 6.6%로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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