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32조원 투자 유치…경북의 'U시티 실험'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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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학·지방 살리는 U시티정부가 올해 2월 고등교육 권한과 재정 일부를 지방에 이양하기로 한 이후 경상북도가 한발 앞서 추진하고 있는 U시티 실험이 지방의 새로운 교육산업 혁신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전국 첫 지방시대정책국 도입
교육·산업·결혼·출산 등 융합
청년들 지방 정착 모델 제시
1만7446명 일자리 창출 기대
이철우 경북지사는 올해 초 ‘경북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지방 시대’를 내걸고 교육과 산업혁신 등을 추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방시대정책국을 만들었다. 지방시대정책국은 22개 시·군마다 지역의 특색 있는 산업 육성을 주제로 투자기업, 대학 캠퍼스 유치에 나섰다. 교육 취업 정주 등 지방 소멸을 막을 지방의 모델을 현장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경북 봉화 ‘바이오메디 U시티’, 울릉 ‘글로벌그린 U시티’ 등을 통해 기업 본사나 연구소 이전, 대학 캠퍼스 유치를 통해 22개 시·군에 연간 800명씩을 교육해 취업시킬 교육 대전환을 시작했다. 박성수 지방시대정책국장은 “경상북도에서 역외로 유출되는 청년인구가 한 해 1000명에 달한다”며 “연간 800명의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U시티 사업이 청년의 역외 유출을 상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또는 기업이 없는 봉화, 영양, 청송 등 소멸지역에도 캠퍼스와 기업이 진출하는 교육혁신으로 신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청년들이 지방에서 취업하고 결혼해 정착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U시티 인력양성 정책은 경상북도가 구미의 반도체와 방산, 포항과 상주의 2차전지 분야에서 향후 5년간 32조원대의 투자 유치와 1만3446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경상북도가 U시티 인력양성 정책을 통해 기업과 협약한 일자리는 5년간 구미에 5383명, 포항에 6983명, 상주에 1080명 등 1만3446명에 이른다. 또 나머지 19개 시·군에서 5년간 교육 및 고용인력이 4000명(연간 800명)으로 5년간 총 1만7446명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셈이다.
경상북도 지방시대정책국이 10개월 만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기업과 대학 청년의 입장에서 교육과 산업 그리고 결혼과 출산 돌봄 정주 정책을 융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박 국장은 “교육부는 교육재정으로 대학만 컨트롤할 수 있지만, 경상북도는 이양된 고등교육 재정에 광역 및 기초지자체의 재원을 얹어 교육부터 취업 결혼 주거 돌봄까지 패키지화한 정책을 만들 수 있었다”며 “청년이 지방에서 10년 이상 정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방 소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경상북도의 교육·산업 혁신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기업 현장의 애로를 듣고 해결해 준 데 있다. 박 국장은 “지방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에도 현장 전문인력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각했지만, 그동안 대학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U시티 협약을 통해 지방의 대·중소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맞춤형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서자 기업이 투자 유치와 고용으로 화답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방의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그동안 어렵게 인력을 채용해 양성해도 2~3년만 지나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박 국장은 “교육부가 아닌 광역자치단체인 경상북도가 플랫폼이 돼 시·군과 함께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포항과 구미 상주를 제외한 19개 시·군의 경우는 대졸이나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유치해 미래 유망산업을 육성하는 U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박 국장은 “U시티 정책은 중앙과 지방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지방이 대학 기업과 공동 기획하고 협약한 뒤 선도 투자하면 모자라는 부분을 중앙이 지원하는 플랫폼형 정부, 컨설팅형 정부 등 새로운 정부 모델의 실험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