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위협하는 '난치성 미만형 위암'…표적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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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硏 리포트표적항암제는 특정 표적인자에 대한 선택적인 기능을 억제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제다. 암환자의 유전정보에 따라 맞춤 항암요법을 적용한다.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특히 표적항암제의 개발은 모든 사람이 열망하는 ‘개인맞춤치료 시대’ 개막의 필수요건이다.
김보경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맞춤의료전문연구단 책임연구원
내시경으로 발견 어려운데
전이 빠르고 치료 효과 낮아
세브란스병원과 연구 진행
'SYT 11' 유전자 탐색
○치료 효율 낮은 난치성 미만형 위암
위암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종이다. 매년 3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다. 위암은 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장형과 미만형으로 구분된다. 위점막에 덩어리 형태를 보이는 장형 위암은 내시경으로 쉽게 발견돼 치료가 용이하다. 그러나 원격 전이가 발생한 4기 진행형 위암의 5년 생존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다. 또 위 점막 아래로 모래를 뿌린 듯한 형태의 미만형 위암은 내시경으로 발견이 어려워 주로 3~4기에 발견된다. 젊은층에서 주로 많이 발생하는 미만형 위암은 전이 속도가 빠르고 기존 항암제에 대한 치료 효능이 낮아 예후(치료경과)가 매우 나쁘다. 타 암종에 비해 종양세포간 이질성이 높은 위암은 일반적으로 절제술과 화학요법으로 치료한다.HER2 양성의 경우 표적치료제 트라스트주맙이 사용되며 최근 허가된 면역항암제 니볼루맙과 펨브롤리주맙이 진행성 위암 치료에 활용한다. 하지만 치료효율이 낮은 난치성 미만형 위암도 장형 위암과 동일한 치료 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만형 위암 대상의 표적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SYT11-ASO 위암 증식·전이 억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맞춤의료전문연구단(원미선 박사, 김보경 박사)과 세브란스병원(정재호 교수)은 미만형 위암의 표적 유전자를 탐색했다. 탐색에서 발굴된 ‘SYT11’은 유전자 발현 패턴 분류 시 악성암 성격을 지닌 줄기성위암 세포에서 발현이 높았다. 미만형 환자는 대체로 줄기성 위암군으로 분류됐고 SYT11 유전자의 발현이 높을수록 위암 환자의 예후가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SYT11 유전자는 미만형 위암 환자 중에서 SYT11 발현이 높은 줄기성 위암 환자에 대한 치료 타깃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여러 위암 세포주와 마우스 모델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SYT11 유전자의 암 관련성을 검증했다. 암 발생과 전이를 촉진하는 SYT11의 신호전달 경로와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함으로써 SYT11 기반의 난치성 미만형 위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는 해당 유전자의 메신저리보핵산(mRNA)과 결합 및 분해를 유도함으로써 치료 효능을 나타낸다. 연구진은 SYT11의 ASO(SYT11-ASO)를 디자인했다. SYT11-ASO는 줄기성 위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함으로써 위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했다. 마우스 실험에서도 SYT11-ASO 투여로 줄기성위암 세포주-유래 종양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SYT11 유전자를 이용한 미만형 위암의 표적항암제 개발 기술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1000호 연구소기업인 원큐어젠으로 기술이전 됐다. 현재 난치성 미만형 위암 치료제 SYT11-ASO 개발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원큐어젠이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자의 유전정보와 임상 정보 기반의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개발되는 SYT11-ASO가 젊은층을 위협하는 불모지인 미만형 위암의 표적항암제로 속히 개발되길 기대해 본다.정리=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