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 병원 폭발 진실은…"방향 급전환 뒤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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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공습 흔적 아냐…고장 난 로켓 추락해 연료폭발 발생 가능성"
병원 운영하는 성공회 사제 "병원 마당에 피란민 1천명 있었다"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격사태의 진상을 놓고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이스라엘군이 이 병원을 폭격해 수백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사방에 시신이 빼곡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주변 중동 국가들에선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이어졌고, 요르단에서 열리기로 했던 미국과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 4자회담이 막판 취소되는 등 파장이 일었지만, 이후 드러난 정황은 하마스의 오폭일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알아흘리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난 건 현지시간으로 17일 오후 7시가 조금 안 된 시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이날 오후 6시 59분께 아랍권 뉴스매체 알자지라 방송이 송출한 20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짙은 어둠이 깔린 가자 상공에서 빠르게 고도를 높여가던 비행체가 갑작스레 섬광을 내뿜으며 방향을 급전환한 뒤 폭발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직후 지상에선 포탄이나 미사일이 날아올 때 생기는 바람을 가르는 금속성 휘파람 소리가 들렸고, 곧 아래 어딘가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보인다.
소셜미디어 상의 오픈소스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이 시각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한 로켓 공격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 전했다.알카삼 여단은 이날 내내 텔레그램으로 이스라엘 공격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오후 7시에는 이스라엘 남부 항구도시 아슈다드, 7시 3분에는 수도 텔아비브에 대한 '로켓 폭격'을 수행했으며 같은 날 오후 8시 14분에는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에 사거리 약 160㎞의 R160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알카삼 여단은 밝혔다.
이 와중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병원을 폭격해 '끔찍한 학살'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언론에 배포했고,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걱정스레 지켜보던 국제사회의 우려가 단번에 폭발하는 결과를 낳았다.그러나, 이튿날 날이 밝으면서 드러난 알아흘리 병원의 모습은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스라엘군이 투하한 항공 폭탄에 맞아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고 주변이 폐허가 됐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병원 주차장에 있던 차량 10여대가 불타고 바닥이 그을렸을 뿐 주변 건물은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은 모습이었던 까닭이다.
병원 마당에 폭탄이나 로켓이 떨어지면서 생겼을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의 직경과 깊이도 수십㎝에 불과해 이스라엘군이 쓰는 대형 탄두로 생겨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 국방부 관료 출신 군사 전문가 마크 갈라스코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 구덩이와 주변에 발생한 피해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항공 폭탄과 일치하지 않는다.
바닥의 구멍은 물리력으로 생겨난 것"이라면서 "이건 고장 난 무기가 넓은 면적
에 탑재물을 흩뜨렸을 때와 더 가깝다"고 말했다.미국 밴더빌트대학의 J. 안드레스 개넌 교수는 영국 BBC 방송의 관련 질의에 낙하 순간 발생한 폭발 자체가 크지 않았던 점에 비춰볼 때 탄두의 폭발물이 터졌다기보다는 남은 연료가 발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잡힌 발사체가 공중에서 섬광을 뿜은 뒤 사라진 데 대해선 로켓엔진이 과열로 작동이 정지된 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연구원도 당장 결론을 내리긴 힘들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황을 보면 고장 난 로켓 추진부가 병원 주차장에 떨어지면서 연료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이 쓰는 무기 중에서도 큰 구덩이를 남기지 않는 종류가 없지는 않다.
리스크 평가업체 시빌라인의 발레리아 스쿠토 수석 중동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군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알아흘리 병원의 화재 패턴은 헬파이어 미사일이 남기는 흔적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할 '스모킹건'(smoking gun·확실한 증거)이 될 낙하물 파편과 관련한 정보도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
BBC 등은 가자지구 현지의 자사 기자를 알아흘리 병원에 보내 취재를 시도했지만 이를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이튿날 아침 여러 외신이 타전한 현장 사진이나 소셜미디어 상의 영상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이스라엘군은 알아흘리 병원 폭발 당시 확보한 하마스 첩보원 간의 대화라는 녹취 음성을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건 이슬라믹 지하드 것", "파편을 보면 이스라엘 것이 아니라 이쪽 지역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저질 재료로 값싸게 만든 하마스 로켓 무기들은 예전부터 신뢰도가 낮기로 악명이 높았다면서 하마스가 이번 분쟁에서 발사한 로켓 중 무려 450발이 비행 중 고장으로 이스라엘에 닿지 못한 채 가자지구에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 측의 폭격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범한 잔혹한 학살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알아흘리 병원에서 영유아와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471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의도적으로 부풀린 숫자라고 이스라엘군은 주장했다.
다만, 알아흘리 병원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나온 것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이 병원을 운영하는 성공회 소속 사제 리처드 슈얼은 BBC 인터뷰에서 폭발 당시 주차장으로 쓰이는 이 병원 마당에 약 1천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었고, 병원 내부에는 약 600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병원 운영하는 성공회 사제 "병원 마당에 피란민 1천명 있었다"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격사태의 진상을 놓고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이스라엘군이 이 병원을 폭격해 수백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사방에 시신이 빼곡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주변 중동 국가들에선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이어졌고, 요르단에서 열리기로 했던 미국과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 4자회담이 막판 취소되는 등 파장이 일었지만, 이후 드러난 정황은 하마스의 오폭일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알아흘리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난 건 현지시간으로 17일 오후 7시가 조금 안 된 시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이날 오후 6시 59분께 아랍권 뉴스매체 알자지라 방송이 송출한 20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짙은 어둠이 깔린 가자 상공에서 빠르게 고도를 높여가던 비행체가 갑작스레 섬광을 내뿜으며 방향을 급전환한 뒤 폭발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직후 지상에선 포탄이나 미사일이 날아올 때 생기는 바람을 가르는 금속성 휘파람 소리가 들렸고, 곧 아래 어딘가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보인다.
소셜미디어 상의 오픈소스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이 시각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한 로켓 공격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 전했다.알카삼 여단은 이날 내내 텔레그램으로 이스라엘 공격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오후 7시에는 이스라엘 남부 항구도시 아슈다드, 7시 3분에는 수도 텔아비브에 대한 '로켓 폭격'을 수행했으며 같은 날 오후 8시 14분에는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에 사거리 약 160㎞의 R160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알카삼 여단은 밝혔다.
이 와중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병원을 폭격해 '끔찍한 학살'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언론에 배포했고,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걱정스레 지켜보던 국제사회의 우려가 단번에 폭발하는 결과를 낳았다.그러나, 이튿날 날이 밝으면서 드러난 알아흘리 병원의 모습은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스라엘군이 투하한 항공 폭탄에 맞아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고 주변이 폐허가 됐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병원 주차장에 있던 차량 10여대가 불타고 바닥이 그을렸을 뿐 주변 건물은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은 모습이었던 까닭이다.
병원 마당에 폭탄이나 로켓이 떨어지면서 생겼을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의 직경과 깊이도 수십㎝에 불과해 이스라엘군이 쓰는 대형 탄두로 생겨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 국방부 관료 출신 군사 전문가 마크 갈라스코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 구덩이와 주변에 발생한 피해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항공 폭탄과 일치하지 않는다.
바닥의 구멍은 물리력으로 생겨난 것"이라면서 "이건 고장 난 무기가 넓은 면적
에 탑재물을 흩뜨렸을 때와 더 가깝다"고 말했다.미국 밴더빌트대학의 J. 안드레스 개넌 교수는 영국 BBC 방송의 관련 질의에 낙하 순간 발생한 폭발 자체가 크지 않았던 점에 비춰볼 때 탄두의 폭발물이 터졌다기보다는 남은 연료가 발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잡힌 발사체가 공중에서 섬광을 뿜은 뒤 사라진 데 대해선 로켓엔진이 과열로 작동이 정지된 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연구원도 당장 결론을 내리긴 힘들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황을 보면 고장 난 로켓 추진부가 병원 주차장에 떨어지면서 연료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이 쓰는 무기 중에서도 큰 구덩이를 남기지 않는 종류가 없지는 않다.
리스크 평가업체 시빌라인의 발레리아 스쿠토 수석 중동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군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알아흘리 병원의 화재 패턴은 헬파이어 미사일이 남기는 흔적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할 '스모킹건'(smoking gun·확실한 증거)이 될 낙하물 파편과 관련한 정보도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
BBC 등은 가자지구 현지의 자사 기자를 알아흘리 병원에 보내 취재를 시도했지만 이를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이튿날 아침 여러 외신이 타전한 현장 사진이나 소셜미디어 상의 영상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이스라엘군은 알아흘리 병원 폭발 당시 확보한 하마스 첩보원 간의 대화라는 녹취 음성을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건 이슬라믹 지하드 것", "파편을 보면 이스라엘 것이 아니라 이쪽 지역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저질 재료로 값싸게 만든 하마스 로켓 무기들은 예전부터 신뢰도가 낮기로 악명이 높았다면서 하마스가 이번 분쟁에서 발사한 로켓 중 무려 450발이 비행 중 고장으로 이스라엘에 닿지 못한 채 가자지구에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 측의 폭격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범한 잔혹한 학살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알아흘리 병원에서 영유아와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471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의도적으로 부풀린 숫자라고 이스라엘군은 주장했다.
다만, 알아흘리 병원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나온 것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이 병원을 운영하는 성공회 소속 사제 리처드 슈얼은 BBC 인터뷰에서 폭발 당시 주차장으로 쓰이는 이 병원 마당에 약 1천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었고, 병원 내부에는 약 600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