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바친다" 野 호남 의원들, 총선 앞두고 '삭발' 릴레이
입력
수정
野 호남 의원들, 올해 4차례 삭발식최근 호남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삭발식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4차례 삭발식이 열렸다. 총선을 앞두고 '호남 물갈이론'이 나오는 가운데, 의원들이 절박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경 투쟁' 선호하는 호남 유권자 의식
이원택, 5개월 새 두 차례 삭발하기도
김원이, 삭발 뒤 "여보 미안해"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첫 삭발식은 지난 3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열렸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 소속의 윤재갑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며 '삭발'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신정훈·이원택 의원이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자 삭발에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이 거부하면 대통령을 거부하겠다"며 삭발식을 감행했다.
지난 9월에는 대규모 삭발식이 있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정부가 '새만금 기본 계획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며 내년도 만금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5000억원 삭감하자, 김윤덕·김성주·신영대·윤준병·이원택·안호영·한병도 의원이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살려내라"며 머리를 밀었다. 이원택 의원은 3월 이후 두 번째 삭발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전남 지역 의대 유치'를 촉구하는 삭발식이 있었다. 김원이·소병철 의원이 지난 18일 각각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들어 민주당 호남 지역구 의원 27명 중 11명이나 머리를 밀었다. 모두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당 안팎에서는 '호남 물갈이론'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경한 투쟁'을 선호하는 호남 유권자들의 특징이 호남 지역 의원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삭발에 나선 의원들은 삭발 이후 지역을 향해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병철 의원은 삭발 기자회견 뒤 "이 순간 나는 두발을 바쳤지만, 200만 전남도민과 28만 순천시민을 위해 온몸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이 의원도 삭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보 맘대로 머리 밀어 미안해"라며 사과하며 "전남권 의대 신설, 목포 의대 유치에 대한 우리 입장이 얼마나 절박한지,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이번에는 꼭 해보자는 열의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줄 방법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