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피치 "한국, 현재 신용등급 유지할 여력 있어"

최근 'AA-'·'안정적' 전망 유지…"가계부채, 구조적 리스크 되지 않을 것"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AA-'로 확정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관련해 "현재 등급을 견조하게 유지할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제레미 주크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피치가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2023 피치 온 코리아' 연례 콘퍼런스에서 "한국은 단기적으로 성장에 대한 역풍이 있고 가계부채 수준도 높으며 금리도 오르고 있지만, 여러 가지 완충 장치를 갖고 있어 경제적으로 구조적 도전 요인에 대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17일(현지시간)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2012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뒤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주크 이사는 "AA에서 '-'로 결정한 이유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북한과의 관계 등 다른 AA 등급 국가보다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이 구조화되고 있어 한국 정부에서도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는 지금 미국이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데 중국과의 관계에서 반도체가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하면서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 미국과의 안보 관계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분석했다.
주크 이사는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에 대해 "등급 측면에서 재정 관련 부분에 대응하는 게 상대적으로 중요하리라 생각한다"며 "지출을 줄이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내년 예산은 지출 증가분이 크지 않고 그런 면에 있어서는 좋은 징조"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이어 "'안정적' 전망은 상향이든 하향이든 2년 안에는 조정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의미"라며 "만약 긍정적인 등급 조정을 한다면 보고자 하는 바는 지정학적 리스크 축소와 재정 건전성"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서는 "소비와 성장 면에서 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 금융에서 구조적 리스크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리스크가 불거진 적 있고 작년 말 신용 경색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금융 안정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이 신용등급에 끼칠 영향에 대해선 "한국은 'AA-' 등급을 오래 유지해왔고 정권교체도 빈번히 일어났으나 선거로 인한 여파는 상대적으로 제약돼 있다"며 "다만 중기적으로 현 정부는 재정 적자를 줄이고자 하고 있는데 총선 결과로 이런 방향성이 바뀐다면 일부 소폭 조정이 있을 순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