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장관' 유인촌, 지방 다니며 현장 행보 본격화

20일 ACC서 '옛 전남도청 복원지킴이' 만나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방문해 추모
"지자체 문화 사업 컨설팅까지 섬세하게"
12년만에 문화체육관광부로 다시 돌아온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지방 현장을 연달아 다니며 본격적인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 남원 등 지역 공공·소속기관을 찾아 이전 재임(2008~2011년) 시절 추진한 사업의 경과를 직접 점검했다.

유 장관은 지난 20일 광주 광산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방문했다. ACC는 광주를 문화 수도로 만들겠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공약 사업으로 추진됐다. 옛 전남도청 부지에 조성돼 지상에는 옛 도청 건물을 복원하고, 지하에 공연장 및 전시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앞서 2008년 유 장관 재임 시절 첫 삽을 떠 공연장과 전시장 등은 2015년 개관했다. 유 장관은 이곳 첫 일정으로 '옛 전남도청 복원지킴이 어머니' 11명을 만났다. 복원지킴이 어머니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와 부상자들의 가족으로 이뤄져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의 원형복원을 추진하는 단체다.
이 단체 소속 추혜성 씨는 이날 유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유 장관 재임 시절 도청 별관을 지키기 위해 농성을 했을 때 장관이 직접 다가와 이야기를 들어준 기억이 있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복원 사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유 장관은 "10여년 전에 만났는데도 어머니들의 얼굴을 보니 다 기억이 난다"며 "복원 사업이 실수 없이 잘 마무리되고 그 안에 5·18의 역사가 잘 남겨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답했다. 이어 유 장관은 ACC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아시아문화광장, 창·제작 스튜디오 등 ACC 주요 시설을 살펴보고,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상첨화' 전시를 관람했다. 이날 ACC에는 강기정 광주시장도 방문했다.
유 장관은 이날 광주 방문에 앞서 전북 남원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도 찾았다. 앞서 2010년 남아공·나이지리아·튀르키예·이집트에서 열린 한국문화페스티벌 공연에 참여한 뒤 말라리아로 사망한 고(故) 김수연·고은주 무용단원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당시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유 장관은 국립국악원장(葬)으로 치러진 순직 단원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에게 대통령 표창을 추서한 바 있다.

유 장관은 당시 재발 방지를 위해 '공무국외출장 관련 위기관리 요령'을 마련해 소속기관 및 산하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유가족과 협의해 국악전시관 내에 추모공간을 설치·운영 중이다. 13년만에 이곳을 찾은 유 장관은 "두 사람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는 공간이 이곳에 있어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단원 여러분께서는 해외 공연 시 더욱 안전에 유의하고, 지역 공연을 확대해 국내외에 우리 문화 가치와 매력을 알리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 장관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역은 지속적으로 다닐 것"이라며 "과거에는 지자체 문화 사업을 중앙에서 보조금을 주는 형식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겼다면, 이번 임기 동안에는 컨설팅을 하는 등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과정과 결과까지 좀더 섬세하게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