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김동연, '소신 발언' 닮은꼴…반응은 '극과 극'[이슈+]

오세훈,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반대'
김동연,경기도 '법인카드 사적유용' 횟수 답변

정치인 존재감 키우는 '소신 행보'에
양 진영 지지자들 반응은 극적 대비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각각 지난 16일과 17일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연합뉴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예년과 달리 '조용히' 치러지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소신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국감에서 여권이 추진하는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에 대해 다른 의견을 밝혔고, 김 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가 연루된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내역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소신 행보가 두 사람이 나란히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야 할 말은 한다'는 소신 행보는 정치인의 무게감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대한 양 진영 지지자들의 반응은 매우 대조되어 극적 대비를 이뤘다. 오 시장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여권 지지자들과 달리, 야권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김 지사를 타박해 김 지사는 논란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오세훈 '홍범도' 감싸고…김동연 '법카 사적유용' 횟수 밝혀

'소신 발언'으로 뉴스를 먼저 장식한 것은 오세훈 시장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오 시장은 "홍범도 장군이 총사령관으로 활약한 독립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이 국군의 역사적 뿌리이고 육사의 정신적 토대라고 생각하느냐"는 이형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공훈이 있고 실수한 부분도 있고, 죄과도 있는 게 보편적인데 굳이 단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후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 "위치를 이전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분의 독립운동가로서의 일생을 사셨던 부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여권에서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 맞서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당 소속의 지자체장 발언으로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김동연 도지사 역시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의 경기도 국감에서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사실 그대로' 답변했다 주목받았다.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가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혹시 지사 취임하신 이후에 법카 사용과 관련해 자체 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 경기도청 비서실 공무원 A씨가 지난 8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공금유용을 지시하고 묵인했다고 권익위에 공익 신고를 했다"는 정 의원의 질문에 "감사는 제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진행(지사 공석, 2월25일~3월24일)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감사 결과 최소 61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며 "그래서 업무상 횡령, 배임으로 경찰청에(수사가 의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뒤탈 없었던 오세훈과 달리…개딸에 시달린 김동연

김 지사의 답변은 오 시장과는 다른 방향의 큰 파장을 낳았다. 민주당 극성 지지자들이 곧장 김 지사를 공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김 지사의 발언을 근거로 "같은 당 김동연 경기도지사까지 김 씨의 법인카드 유용 사실을 인정했다"고 비판한 것이 이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지사는 발언 중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의 공범으로 김혜경 씨가 지목된 만큼, 김 지사의 발언은 이 대표나 김 씨와 무관하게 해석될 수 없었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김 지사를 향해 "제2의 윤석열 같은 냄새가 난다", "수박은 다 똑같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 도지사 자리 걸식하더니 당 대표 등에 칼 꽂고 대선 후보 되시려는 거냐"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강성 지지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는 김 지사의 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 지사는 뒷수습에 나서야 했다. 김 지사 측은 언론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기사를 썼다면서,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를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지사 측은 '최대 100건의 사적 유용이 의심된다'는 감사 결과는 "모씨(제보자)가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것이 의심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감사와 경찰 고발은 김동연 지사 취임 전의 일로 김 지사가 관련 내용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김 지사 측은 '해명 자료'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일일이 기사 수정을 요청했고, "이후에도 사실관계가 바로 잡히지 않거나 왜곡된 보도가 지속될 경우 언론중재위 중재 신청을 포함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반응이 '이재명 성역화'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지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것뿐인데, 일부 지지자들이 비이성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20일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혜경 씨가 성역화돼 있다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른 얘기를 하면 이런 식의 좌표 찍기(가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지사 입장에서 보면, 있었던 일을 도지사로서 얘기한 것"이라며 "김 지사가 일부러 그럴 리가 없다.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죽어가는 상황도 아니고 다시 살아나고 있는데, 김 지사가 거기다 대고 그 자리를 노려볼까 이런 정치적 판단을 할 리가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