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주항공청 설치 '론치 윈도'를 놓쳐선 안 된다

김현대 前 미국 항공우주국 연구원
한국에서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관심이 요즘처럼 뜨거웠던 때가 또 있었을까. 나라 밖에서는 러시아, 인도, 일본이 잇따라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나라 안에서는 한국 최초의 우주전담기구 설치를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32년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감히 제언하자면, 반도체와 자동차산업 외에는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없는 한국 경제에 우주항공 분야는 새로운 희망이다. NASA 연구원 약 2만 명의 전공은 항공우주는 물론 기계, 전기, 전자 등 매우 다양하다. 한국은 전자와 전기는 물론이고 우주항공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배터리 기술력에서도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조속히 설립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우주항공은 반도체나 자동차 못지않은 한국의 중요한 산업 분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문제는 시점이다. 모든 발사체는 기술적으로 ‘론치 윈도(launch window)’를 갖기 마련이다. 론치 윈도는 발사체가 향하는 곳의 여건이나 발사체 성격에 따른 적절한 발사 가능 시간대를 뜻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발사체는 다음 론치 윈도가 열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 상반기 제출된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염려된다.

우리나라에서 우주항공청 설치에 지금보다 더 좋은 대내외적 환경이 다시 조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의 성공을 발판으로 한국도 우주 강국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 항공분야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투기 개발에 매진하는 것처럼 도심항공교통(UAM), 전기추진 항공기와 같은 선도형 기술 개발에도 국내 기업들이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 기능이 국회 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인적으로는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 기능이야말로 전문 연구기관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단이자 민관의 상생과 유기적 협력을 더욱 활성화할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다 시급한 것은 우주항공청의 개청이다. 우주항공청 설치의 론치 윈도를 놓치지 않도록 국회에서 신속한 법안 처리를 해야 한다. 우주항공청이 발사체, 인공위성 기술은 물론 전자, 전기, 배터리 등 이미 갖춰진 기술력을 활용해 우주항공산업 발달의 이니셔티브를 제공하게 된다면 한국이 뉴스페이스 시대 강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부디 여야가 합심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