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 혈관' 송전망 국책 사업화, 한시라도 빨리 입법화해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송·변전망 사업은 한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며 “중앙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설비 증설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안할 때 일리 있는 말이다.

현재 송전망 구축은 한전이 도맡고 있다. 그러나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송배전망 사업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원 문제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하면 공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적 역량이 요구된다.2008년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이후 송전선로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지자체,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에 정치권과 환경단체까지 개입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대부분 구간의 공사가 끝났지만, 당진시에서 공사를 막고 있는 구간이 지연되고 있는 탓에 23년째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동해안과 신가평을 잇는 154㎸(킬로볼트)급 송전선로 역시 추진한 지 15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겨우 첫 삽을 떴다.

송전선로 건설은 국가적 명운이 걸린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성공적 가동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 총 5개 생산라인이 모두 돌아가는 2042년엔 7GW(기가와트), 인근 SK하이닉스 단지까지 감안하면 2050년엔 10GW의 막대한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행여 전력 공급 문제로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경우 재앙적 수준의 산업 피해가 우려된다.

송배전망 국책사업화를 위해선 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가칭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는 여러 인허가를 일괄 처리하는 의제 처리 방식으로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지자체의 개입 여지는 축소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 주민 보상도 그동안 뗏법으로 버티면 더 많이 받는 구도였다면, 앞으론 먼저 동의하면 보상을 더 주는 차등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여야가 협력해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 과거 반도체특별법 때처럼 정치적 맞교환 대상으로 삼다가 진을 다 뺀 뒤에야 겨우 통과시키는 구태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