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투입한 중이온가속기 '현물 예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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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카페정부가 총사업비 1조5183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의 내년도 선행 연구개발(R&D)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D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연구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현물로 제공하기로 해서다. 과학계에선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D 예산을 현물로 지원한 전례가 없어서다.
원·부자재 재고만 제공하고
기자재 제작 예산은 후년에 지급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중이온가속기 선행 R&D 예산 51억10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중이온가속기는 입자를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충돌시켜 깨뜨린 뒤 세상에 없는 원소를 찾아내는 초대형 설비다. 세계적으로 가속기를 활용한 연구가 노벨상으로 이어진 사례만 30건이 넘는다. 현재 라온은 저에너지출력구간 설비 구축(1차 사업)을 완료하고, 고에너지출력구간 설비 구축(2차 사업)을 앞두고 있다. 2차 사업에 앞서 내년에 핵심 장치인 고에너지 초전도가속관(SSR·사진) 제작 관련 선행 R&D를 수행할 예정이었다.과기정통부는 갑작스러운 R&D 예산 삭감으로 가속관 제작에 차질이 예상되자 핵심 원·부자재를 현물로 직접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1차 사업 이후 창고에 보관된 희토류 금속 나이오븀 250㎏, 가속관 금형, 액체헬륨 등이 과기정통부가 말하는 현물이다.
조만간 공고를 통해 선정할 예정인 가속관 제작 기업에 원·부자재를 제공하고, 기업에서 인건비 등을 들여 가속관을 제작하면 내후년에 정부가 정산해 주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추진단 측은 “정부가 관급자재를 구매한 뒤 사업자에게 의뢰해 설비를 구축하는 사례와 같다”고 설명했다.
과학계는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구축에 참여한 한 중견 과학자는 “내년 예산이 갑자기 삭감된 상황에서 창고에 있는 원·부자재를 갖다 쓰라는 게 과연 현물지원인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R&D를 일단 수행하면 내후년에 정산해주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들어올 기업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