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고음이 하늘을 찔렀다…찰리 푸스, 강력한 '목소리 정공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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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푸스, 20일 KSPO DOME서 콘서트고음으로 시작해 고음으로 끝났다. 흔들림 없는 탄탄한 발성으로 90분을 꽉 채운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는 땀에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그의 시원한 보컬은 귀를 뻥 뚫리게 하다못해 아프게 할 정도였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충분한, 정공법으로 '천재' 수식어를 증명해낸 찰리 푸스였다.
오는 22일까지 총 3일간 공연 '전석 매진'
회차당 1만5000명…4만5000명 운집 예정
명곡의 향연·탄탄한 보컬에 '환호'
관객과 완벽한 떼창 호흡·소통도 주력
"5년 만에 돌아온 한국, 너무 행복해" 인사
찰리 푸스는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월드투어 일환의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공연은 이날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이어진다.찰리 푸스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첫 내한 당시 2000석 규모의 예스24라이브홀에서 한국 팬들을 만났던 그는 이후 2018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8500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했다. 그리고 2023년 현재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KSPO DOME에 입성했다. 꾸준히 넓어지는 무대는 해외는 물론 한국에서도 고공 성장하는 인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당초 공연은 이틀만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티켓이 빠르게 매진되는 등 한국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1회를 추가, 총 3일로 연장했다. 첫날 공연에는 1만5000명이 모였다. 전 회차가 매진된 바 3일간 총 4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할 전망이다.
찰리 푸스는 버클리 음대를 장학생으로 졸업한 수재로, 직접 곡을 작사·작곡 ·프로듀싱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음악 유튜버로 활동하던 그는 2015년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이라는 곡을 만들며 빌보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시 유 어게인'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우 폴 워커를 추모하는 곡으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엔딩곡이자 메인 OST였다. 찰리 푸스는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무려 12주간 1위를 차지한 이 곡을 단 10분 만에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천재적인 음악성은 물론 매력적인 음색에 높은 음역까지 소화하는 '절대 음감' 찰리 푸스답게 공연은 오로지 그의 목소리 하나로 완성됐다. 무대에 오른 찰리 푸스는 "준비됐나요? 여행을 시작하자"라고 외치며 5년 만에 재회한 한국 팬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흰색 민소매 티셔츠 차림이었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앨범 커버에서도 볼 수 있었던 친근한 모습이다. 찰리 푸스 본연의 매력, 음악과 목소리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최고의 선택이었다.'찰리 비 콰이엇!(Charlie Be Quiet!)'을 시작으로 '노 모어 드라마(No More Drama)', '어텐션(Attention)', '스테이(STAY)'까지 찰리 푸스는 시작부터 고음을 내지르며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한껏 달아오른 객석을 보며 그는 "한국에 돌아오게 돼 기쁘다. 정말 행복하다. 아무 생각이 안 날 정도"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레프트 앤 라이트(Left and Right)', '위 돈트 토크 애니모어(We Don't Talk Anymore)', '아이 돈트 띵크 댓 아이 라이크 헐(I Don't Think That I Like Her)', '하우 롱(How Long)' 등 명곡의 향연이 펼쳐졌다.그 안에서 찰리 푸스의 목소리는 독보적인 빛을 냈다. 중저음에서는 호소력 있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내다가 고음에서는 귓가를 때리는 날카롭고 강력한 힘을 터트렸다. 진성과 가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능숙함으로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홀함이라고는 없는 혼신의 열창을 보고 있자니 '싱어의 정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건반 연주는 덤이었다. 건반 위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그의 손가락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여러 차례 떼창을 유도하기도 했는데, 보컬이 강점인 아티스트인 만큼 관객들 역시 찰리 푸스가 마이크를 넘겨줄 때만 따라부르는 수준 높은 관람 매너를 보여줬다. 호흡은 완벽했다. 찰리 푸스는 "정말 아름답다", "최고의 사운드다. 베스트 싱어"라며 기뻐했다. 손가락을 튕기거나 두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며 박수를 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유쾌한 소통과 재기발랄한 무대 매너도 인상적이었다. 다른 해외 아티스트들에 비해 유독 '말이 많은' 찰리 푸스였다. 매 곡이 시작할 때마다 힌트를 주며 어떤 곡일지 맞춰보라고 말을 건넸다. 방탄소년단(BTS) 정국과의 협업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레프트 앤 라이트' 무대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 멜로디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더라"면서 "여러분이 이 곡을 원했다는 걸 안다"고 재치 있게 말해 호응을 얻었다. 무대 중간중간 객석을 향해 "즐겁냐", "기분이 좋냐"고 계속 묻는가 하면 손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팬들의 뜨거운 환영과 응원에 찰리 푸스는 연신 감동한 모습을 보였다. 객석에서 "아이 러브 유 찰리(찰리 사랑해요)"라는 외침이 들리자 "아이 러브 유 투. 땡큐(나도 사랑한다. 고맙다)"라고 화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객석을 바라보는 찰리 푸스의 눈빛은 보석처럼 빛났다. 그는 '위 돈트 토크 애니모어'를 부를 때 관객들이 일제히 휴대폰 불빛을 밝히자 입을 떡 벌리며 감격했다. 흰 불빛으로 일렁이는 객석을 향해 "이것 좀 보라. 여기 있는 모두를 좀 보라"며 "정말 대단하다. 내가 여기에 다시 올 줄 몰랐다. 다시 올 수 있게 돼 행복하다. 감사하다"고 했다.
앙코르까지 알찼다. 팬들이 "앙코르"를 연호하자 무대에 다시 등장한 찰리 푸스는 놀란 듯 인이어를 빼고는 "오 마이 갓"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 모어?(한 번 더?)"라고 묻고는 히트곡 '원 콜 어웨이(One Call Away)'를 열창했다. 그런데도 계속된 앙코르 요청에 또 "와우!"라고 놀라고는 '시 유 어게인'을 불러 다음 만남을 기대케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