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산재법 이후 첫 인정사례 언제쯤…역학조사 평가 개시

2021년 이후 총 6건 신청…3건 역학조사평가위원회 심의
임신 중인 근로자가 유해 환경에 노출돼 발생하는 태아의 장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태아산재법'이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법이 적용된 사례가 아직 1건도 나오지 않았다. 역학조사 장기화로 기다림이 길어지는 가운데 최근 3건에 대해 역학조사평가 심의가 개시돼 연내 첫 인정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현재 태아 산재 신청이 접수돼 조사 중인 사례는 모두 6건이다.

5건은 2021년에 접수됐고, 1건은 태아 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태아산재보상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 8월 접수됐다. 태아산재보상법은 2020년 대법원이 같은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4명이 잇따라 선천성 심장질환 아기를 출산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태아 산재 인정 판결을 한 후 마련됐다.

2021년 접수된 5건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역학조사 중이다.

3건은 2021년 5월 20일 함께 접수됐는데 2년 5개월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이들 3건의 경우 관련 문헌고찰에 이어 면담, 현장조사 등을 거쳐 지난 20일 역학조사평가위원회에서 처음 심의에 올랐다.

위원회에서 역학조사 결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한 후 심의·의결해 근로복지공단에 회신하게 되는데, 20일 회의에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학조사평가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최종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태아 산재 승인 절차가 길어진 것은 우선 전체 역학조사 처리 기간이 길어진 데 원인이 있다.

산재 중에서도 희귀질환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경우 역학조사 평균 소요일수가 2018년 384일에서 2022년 664일로 늘어났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역학조사 인력 증원이 없는 상태에서 2019년에 의뢰 건수가 급증하고 역학조사 대상의 복잡·다양화로 조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장기 미처리된 2016∼2020년 역학조사 처리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이후 접수돼 우선순위에 밀린 태아 산재 역학조사의 경우 처음인 만큼 역학적 인과관계에 대한 충분한 조사기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법령상 태아 산재로 인정되는 유해요인이 전체 유해요인의 1%에 그칠 정도로 협소하다는 점도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주환 의원은 "역학조사가 늦어질수록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재해자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재 피해자들이 더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인력확충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