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Day 2] 타그리소는 폐암 치료제 강자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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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그리소·화학요법 FLAURA2 세부결과 공개‘유럽종양학회(ESMO) 2023’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에는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FLAURA2의 뇌전이 환자들에 대한 분석결과 발표가 그 포문을 열었다.
타그리소·사이람자 병용도 기대감 키워
유방암 이어 폐암에서도 ADC가 '열쇠'될까
FLAURA2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화학항암제를 병용한 임상으로, 국내외에서 얀센의 MARIPOSA 연구(렉라자+리브리반트)와 자주 비교되고 있다.이외에도 타그리소와 사이람자(라무시루맙)를 병용하거나 이중항체약물접합체(ADC)를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사용해본 임상 결과가 최초로 공유됐다. MARIPOSA 연구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직접 밝히는 연사들도 적지 않았다.
타그리소+화학요법 뇌전이 암환자 질병 진행 억제 효능 밝혀
아스트라제네카의 FLAURA2 결과에 대한 세부 내용 발표는 이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발표자로 나선 데이비드 플랜차드 프랑스 구스타프연구소 암의학과 교수는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화학항암제를 병용했을 때 암이 전이된 뇌에서 질병 진행 억제 효과가 더 우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화학항암제 병용시 뇌에서 완전관해(CR)를 보인 환자 비율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달 개최된 세계폐암학회 연례학술회의(WCLC 2023)에서 FLAURA2에 대한 개괄적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타그리소만 투약했을 때 보다 화학요법을 함께 사용했을 때 PFS를 약 9개월 늘려, 질병의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38% 낮췄다고 밝혔다.이번 발표는 뇌로 전이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보고로 볼 수 있다. 플랜차드 교수는 “기준 시점에서 중추신경계(뇌)로 암이 전이된 환자 비율은 40%였다”고 설명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뇌전이 여부는 환자의 생존 기간을 판가름하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3세대 EGFR 표적항암제인 타그리소는 저분자화합물로 뇌혈관장벽(BBB)을 넘어 뇌로 침투가 가능한 약물이다. 화학항암제 또한 유사 기전으로 침투할 수 있으며, 암환자의 경우 BBB가 망가져 있어 약물 침투가 좀 더 용이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타그리소·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뇌전이 환자 중 뇌에서의 암 재발 및 사망 위험을 42% 낮췄다(위험비[HR] 0.58).
2년 간 추적조사결과,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는 74%가 뇌질환 진행이나 사망에 이르지 않은 반면, 타그리소 단독으로 치료 받은 환자들은 54%만 뇌질환 진행 또는 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mPFS)으로 비교해보면, 병용요법이 30.2개월, 단독요법이 27.6개월이었다. 완전관해 비율 또한 59%대 43%로 차이가 났다.
결과 엇갈린 타그리소 사이람자 병용 임상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같은 약물을 병용했음에도 결과가 엇갈린 두 임상 연구도 소개됐다. OSIRAM-1이란 이름으로 일본에서 진행된 임상에선 1차 평가지표인 PFS을 달성하지 못한 반면, 미국에서 진행된 RAMOSE 임상은 병용요법이 PFS를 9개월 늘렸다. 화학항암제를 병용한 FLAURA2와 유사한 결과를 내 주목을 받았다.두 개 임상 결과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연사로 나선 이롱 우 중국 광둥성 인민병원 폐암연구소장은 투약간격, 투약 중단률 등이 임상 결과의 행방을 가른 주요 요소로 평가했다. 일본 연구팀은 사이람자를 2주에 한 번 투약한 반면, 미국 연구팀은 3주에 한 번 투약했다. 이 차이는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약을 맞은 투약기간의 격차로 이어졌다.사이람자를 2주에 한 번 씩 투약해 부작용 비율이 높았던 OSIRAM-1에서는 투약기간 중간값이 4.7개월에 그쳤다. 하지만 3주에 한 번씩 투약한 RAMOSE에서는 투약기간 중간값이 14.4개월에 이르렀다. 오랜 기간 타그리소와의 병용투여가 유지돼 보다 좋은 임상 결과를 얻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차 평가지표로 사용한 PFS의 평가를, 보다 평가에 엄격한 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BICR)가 맡아 OSIRAM-1의 결과가 RAMOSE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나빴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이어 우 소장은 “임상 3상을 통해 더 자세한 결과를 확인해야 타그리소·사이람자가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그리소 실패 환자 치료…ADC가 새로운 게임체인저 될까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개발한 신규 항체약물접합체(ADC) ‘다토DXd’(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에 대한 임상 2상 결과(TROPION-Lung05)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다토dxd는 길리어드의 삼중음성유방암 ADC 치료제 ‘트로델비’와 같은 TROP2를 표적하는 ADC다.TROP2는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 분열에 관여하며 트로델비가 승인된 유방암 외에도 비소세포폐암에서 과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토DXd는 엔허투와 같은 2세대 ADC로 분류되며, 종양을 공격하는 ‘페이로드’는 같은 데룩스테칸을 이용한다. 링커는 항체에 맞게 새로 조율됐으며, 항체와 약물의 비율을 뜻하는 DAR은 4 대1이다.
발표자로 나선 루이스 파즈-아레스 스페인 10월 12일 대학병원(University Hospital October 12) 종양학 부서장은 “이미 여러 번의 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에서 왕성한 항종양 효과를 확인했다”며 “안전성 면에서도 조절할 수 있는(manageable)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TROPION-Lung05에는 EGFR, ALK 등 주요 돌연변이가 있으며 표적치료에 실패하고 1회 이상의 화학요법을 받은 전이성 3기 이상 비소세포폐암 환자 137명이 참여했다. 다토 DXd는 6㎎/㎏ 씩 3주 간격으로 투여했다. 1차 평가지표는 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가 보는 객관적 반응률(ORR)이었다.
1차 평가지표인 ORR은 35.8%로 나타났다. 환자 137명 중 49명에게서 종양이 약에 반응해 크기가 감소했다. 약물의 반응지속기간(mDOR)은 7개월이었으며 mPFS는 5.4개월이었다. 연구팀은 EGFR 변이가 있는 환자와 ALK 변이가 있는 환자를 구분해 데이터를 확보했는데, 전반적으로 EGFR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서 더 효과가 좋았다.
미국 시스티뮨사가 개발한 EGFR과 HER3를 표적하는 이중항체에 페이로드를 붙인 이중항체약물접합체 ‘BL-B01D1’의 임상 1상 결과도 주목을 받았다. 같은 표적을 공략하는 경쟁약물이 없는 ‘퍼스트 인 클래스’를 노리고 있다.
발표자로 나선 리 장 중국 쑨원대(SYSU) 폐암 연구 센터 부소장은 “EGFR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치료 등 표준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미있는 항암효과를 보였으며 안전성 또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비소세포폐암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ORR은 51%였으며, mPFS는 5.6개월이었다. 특히 EGFR 변이가 있고 뇌 전이가 없거나 치료된 환자들에게선 더 좋은 효능을 보였다. ORR이 69.2%였으며 mPFS는 15개월이었다.앞선 결과를 리뷰하기 위해 발표자로 올라온 레몬 마십 프랑스 구스타프루시 연구소 종양학과 교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타그리소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으로 충분히 ADC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타그리소 실패 환자를 위한 치료법이 ADC가 될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렉라자(레이저티닙)을 사용하는 병용요법(MARIPOSA-2)이 될지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직접 MARIPOSA-2 임상을 언급했다.
타그리소 치료 실패 환자를 대상으로 한 MARIPOSA-2 임상 연구의 자세한 결과는 현지 시간 23일(한국 시간 24일 자정) 발표된다.마드리드=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2일 14시 42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