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하마스·서방과 다 친한 카타르, 중재자로 급부상

미국인 인질 2명 석방에도 '핵심 역할'…서방, 추가 성과 기대
상대방 빚지게 하고 실리 챙기는 '이중게임 달인' 평가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달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붙잡은 인질들의 석방 문제에 카타르가 핵심 중재자로 떠올랐다.하마스가 20일 인도주의적 이유를 들어 인질 가운데 미국인 모녀 2명을 석방했는데 카타르가 이스라엘과 미국, 하마스 사이에서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고 중재해 첫 성과를 낸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당시 성명을 통해 "카타르와 이스라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며 인질 석방 과정에서 카타르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카타르의 주요 역할을 칭찬하며 추가 석방을 기대했다.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인질 석방을 위해 카타르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최소 210명의 인질을 억류 중이라고 이스라엘군이 밝힌 가운데 인질이나 실종자 중에는 미국이나 프랑스, 캐나다 국적자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질 석방에 다른 국가도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지만 카타르가 서방국가, 하마스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이번 인질 사태를 풀기 위한 핵심 중재자로 부상했다고 AFP 통신이 21일 보도했다.걸프만의 작은 나라이지만 에너지 자원 부국인 카타르는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고 하마스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서방세계가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통적으로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주요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하마스의 인질 석방에 관여하고 싶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그렇지만 스위스 소재 아랍·지중해세계연구센터(CERMAN)의 하스니 아비디 이사는 "카타르가 가장 협조적인 중재자"라고 말했다.

그는 카타르가 하마스 통치하에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무원들의 월급을 지원하는 것을 언급하며 "하마스를 잘 알고 있고, 충실한 재정적 후원자"라고 설명했다.
카타르에는 하마스 지도부의 사무실이 10년 넘게 있다.

또 카타르에는 중동 지역 최대 미군기지가 있을 정도로 카타르는 하마스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놓고 카타르가 상대방들에게 빚을 지게 하고 나중에 실리는 챙기는 '이중게임'을 하고 있다는 파리정치대학의 인질문제 전문가 에티엔 디그나트의 분석도 나온다.

그는 또 "카타르는 인질 석방의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에 수감된 자국민 5명의 석방을 조건으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달러를 해제할 때 카타르는 이 자금이 자국 은행으로 이체되도록 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레바논특사가 며칠 전 카타르를 방문한 것도 하마스의 인질 사태와 관련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그러나 인질 규모가 크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포함돼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격화 양상을 보여 인질 석방을 위한 각국의 외교적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