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만한 100㎞ 케이블…엿가락처럼 나오네

LS전선 동해사업장 르포

63층 높이 타워서 대량 생산
해상풍력발전용 수요 급증
"美·유럽에 생산거점 마련"
LS전선 직원들이 지난 19일 강원 동해사업장에서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직원들 뒤는 높이 172m의 해저케이블 전용 생산 타워. LS전선 제공
지난 19일 찾은 강원 LS전선 동해사업장. 172m에 달하는 LS전선의 VCV(수직 연속 압출시스템) 타워가 우뚝 서 있었다. 일반 건물 63층 높이로 먼발치 동해고속도로에서도 보인다. 이 타워는 바다 밑에서 수십, 수백㎞까지 전력을 보내는 해저케이블을 뽑아낸다.

VCV 타워의 높이는 해저케이블 기술력과 직결된다. 성인 여성의 몸통만큼이나 굵은 케이블 표면에 묽은 절연체를 균일하게 코팅하고 말리려면 케이블을 수직으로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타워가 높을수록 케이블을 길게 뽑을 수 있다. 케이블이 접합부 없이 길수록 바닷속 절연에 유리하다.LS전선의 이 타워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VCV 타워다. 굵기에 따라 짧으면 수십㎞에서 길면 100㎞까지 케이블을 끊김 없이 뽑을 수 있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유럽 기업이 짓고 있는 185m 타워를 제외하면 우리 타워가 가장 높다”고 했다.

완성된 케이블의 무게는 500~1만t. 사람의 힘으로 옮기기엔 무거운 탓에 ‘갱 웨이(Gang Way)’라 불리는 공중 철길을 타고 항구의 배에 선적된다. 이날 동해항에는 해저케이블 포설용 특수 선박 GL2030이 직경 26.6㎝의 700t짜리 케이블을 싣고 있었다. 배에 설치된 거대한 턴테이블에는 케이블이 뱀처럼 똬리를 틀며 감겼다. 김원재 GL2030 선장은 “전남 비금도 태양광 프로젝트에 쓰일 케이블”이라며 “60여 명의 선원이 2주간 바닷속에 케이블을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유럽 정부의 환경 규제로 해상풍력 수요가 커지며 해저케이블은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다. LS전선은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정부 주도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미국과 영국에도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전력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에 생산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미국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LS전선의 수주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3조7949억원이다.

동해=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