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서 노원병? 탈당해 대구로?…정치인생 갈림길에 선 이준석

李 "비명횡사 당하기 전 결행"
탈당 가능성 띄우며 TK 행보
당내선 "포용해야" 역할론도
사진=뉴스1
“당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느냐, 탈당해 대구에서 총선을 치르느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사진) 앞에 있는 두 가지 선택지다.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전 대표 개인의 정치 인생은 물론 여권 전반의 지형까지 흔들릴 전망이다.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이 전 대표는 탈당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구지역에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지난 1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구·경북(TK) 지역 무소속 총선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비명횡사 당하기 전에 결행하겠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8월 대구 치맥페스티벌 참가에 이어 지난 18일에는 대구 중견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여기서 이 전 대표는 대구지역 여당 의원들을 고양이에 비유하며 “호랑이를 키우셔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이 전 대표를 출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민수 대변인이 ‘이 전 대표가 탈당하면 당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말하자 김재원 최고위원은 “빨리 몰아내는 것이 당에 도움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당이 본인을 쫓아내는 그림을 원하는 것 같다”며 “내년 총선에서 노원병이 아니라 다른 지역을 노리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TK 출신”이라며 “노원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출신만 보면 TK”라고 했다. 보수의 아성인 대구에서 이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나 신당 창당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여권 내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당에 남아 노원병에서 도전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탈당하고 나가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홍준표 대구시장)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에게 의미 있는 자리를 맡겨 탈당 명분을 차단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한 친윤계 인사는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을 끌어와야 한다”며 “단기간에 정책을 내거나 청년 세운다고 2030 지지율 얻는 것 아닌데 이준석은 10년간 정치하면서 쌓아온 정치적 자산이 있다”고 했다. 원내에서도 ‘이준석 역할론’은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 전 대표 정도는 당에서 포용해줘야 한다”고 했다. 한 TK 초선 의원도 “연말까지 당 지지율을 반전시킬 재료가 없다”면서 이 상황을 타개할 인물 중 한 명은 이준석이고, 이준석이 와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양길성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