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대회 맞아?"…필드 메운 구름 갤러리, 양주의 가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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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갤러리 모인 레이크우드CC22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국경제TV오픈 2023’이 열린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는 온종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연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젊은 커플부터 아이 손을 잡고 필드를 누빈 가족 관람객 그리고 응원 구호가 담긴 손팻말은 든 팬클럽 회원들까지.
가을 날씨에 서울서 오기도 편해
상금랭킹 30위 중 28명 참가에
"명품샷 직관" 가족·팬클럽 몰려
푸드트럭·경품 이벤트도 '만원'
상상인 사회공헌 홍보효과 톡톡
이번에 시작한 ‘1회 대회’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이날에만 수천명에 달하는 ‘구름 갤러리’가 몰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날 좋은 가을에, 서울 전역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명문 구장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상상인·한국경제TV오픈에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급 대회(총상금 12억원)답게 상금랭킹 상위 30위 중 28명이 출전했다. 이들의 ‘명품샷’을 직관하기 위해 찾은 갤러리들에게 울긋불긋한 단풍과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는 덤이었다.
갤러리하기 딱 좋은 가을날
이날 양주 지역의 낮 기온은 18도였다. 하늘은 높고 바람도 없었다. 소풍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씨. 이날 레이크우드CC에 가족 단위 갤러리가 유독 많았던 이유다. 40년 동안 골프를 쳤다는 임명철 씨(72)는 두 손자, 아들 며느리와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선수 정보를 죄다 아는지 선수들이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마다 손자에게 “이 선수는 말이야~”라며 설명했다. 그는 “손자와 함께 갤러리로 오니 더욱 좋다”고 말했다.우승 가능성이 높은 챔피언조(임희정·이소미·김민선7)답게 다른 조보다 많은 갤러리가 따라붙었다. 50명가량 모인 ‘사막여우’ 임희정의 팬들은 박자에 맞춰 응원 구호를 외쳤고, 임희정은 가벼운 인사로 화답했다.
‘어르신 갤러리’도 곳곳에서 보였다. 노모를 모시고 레이크우드CC를 찾은 김가현 씨(54)는 “어머니가 조금 불편하신데, 날씨도 좋고 골프장도 평평하니 걷기에 별 무리가 없다”고 했다. 70세 골퍼 정모씨는 아침 일찍 방문해 이예원 조를 따라다녔다. 정씨는 “올해 갤러리로 찾은 9개 대회 중 날씨와 경치, 출전 선수 명단 등을 감안할 때 오늘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어린이 관람객도 많았다. 임희정 팬이라는 초등학교 2학년 정하연 양(9)은 임희정의 별명이자 마스코트인 사막여우 모자와 인형, 피켓으로 완전 무장했다. 아버지 정경모 씨(43)는 “임희정 선수 광팬인 딸이 졸라 가족이 총출동했다”며 “딸은 경기장에 오기 전 TV를 보며 갤러리가 걸을 때 같이 걷고, 샷할 때는 숨을 죽이는 ‘응원 연습’까지 했다”고 말했다.
필드에서 만난 김재림 씨는 ‘KLPGA 팬’이라고 했다. 그는 “남자 아마추어들이 따라 할 만한 대상은 남자 선수보다는 여자 선수”라며 “한국 여자 골퍼 중 최고의 선수들이 다 모였는데 어떻게 안 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푸드트럭·이벤트에 ‘기부 문의’까지
대회장 한쪽에 마련한 갤러리 플라자도 온종일 붐볐다. 퍼트, 칩샷 이벤트 존은 경품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수십m 줄이 생겼다. 푸드트럭 주인들은 구름 관중에 한시도 쉬지 못했다.대회 메인 스폰서인 상상인그룹이 마련한 우산 4000여 개도 일찌감치 주인을 찾아갔다. 상상인그룹은 휠체어가 필요한 6~18세 아동에게 아무 조건 없이 수동휠체어와 전동키 등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장에 마련한 부스를 찾은 갤러리들에게 이 같은 활동을 적극 알렸다. 상상인 부스를 찾은 한모씨는 “상상인의 사회공헌활동을 듣고 개인적으로 소액이라도 기부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말했다.상상인은 이번 대회 15번홀을 ‘상상휠(상상인+휠체어)’ 이벤트존으로 꾸몄다. 선수가 티샷을 직경 15m 원 모양 구역에 넣으면 휠체어 한 대씩을 기부하는 이벤트다. 대회기간 동안 63개의 티샷이 이 구역에 들어갔다.
양주=최한종/성상훈/김대훈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