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1년 만에 다시 만난 빈살만에 "韓이 사우디 탈석유 최적파트너"

韓·사우디 협력, 60조원 규모로 확대

석유公·아람코, 원유비축 계약
한전·포스코·롯데케미칼 등은
사우디 脫탄소화 사업에 참여

尹 "양국 수소경제 선도하자"
빈살만 "韓, 비전2030 협력국"
< 韓·사우디 확대 회담 >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확대 회담을 하고 있다. 리야드=김범준 기자
한국석유공사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 비축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연산 5만 대 규모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사우디에 건설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경제 성과다. 이번 방문을 통해 156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 및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고 대통령실이 22일 밝혔다. 지난해 양국이 맺은 290억달러(약 39조원) 규모의 투자협력을 더하면 60조원 수준이다.

수소·전기차 등 다분야 협력 강화

윤 대통령은 22일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50년 전인 1970년대에 한국과 사우디가 건설, 석유 등 탄소에 기반한 관계를 맺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탈석유 중심의 협력을 했다고 설명했다.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포스트 오일 시대에 한국은 사우디의 최적의 파트너”라며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에너지와 건설 등 분야에서 자동차, 선박도 함께 만드는 첨단산업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 및 문화교류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국가발전 전략인 ‘비전 2030’ 중점 협력 국가인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에너지부가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체결했다. 양국의 수소 관련 기업들이 수소의 생산과 유통, 활용 등 단계별 협력을 강화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와 별개로 한국전력과 포스코홀딩스, 롯데케미칼 등 한국 기업들은 아람코의 블루(청정) 암모니아 생산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블루 암모니아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만들어 청정에너지로 평가받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참석해 “양국 모두 탄소중립을 선언했다”며 “사우디의 수소 생산 능력과 대한민국의 수소 유통 및 활용 경험을 결합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자”고 강조했다.

양국 기업들의 첨단제조 및 신산업 협력도 대거 이뤄졌다.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4억달러(약 5000억원)를 들여 자동차 조립공장을 설립한다. 공장은 킹 압둘라 경제기지에 건립되며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차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 수석은 “현대차의 중동 첫 전기차 생산기지”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진출 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림파마텍과 사우디의 올케어그룹은 사우디 내 의료기기 생산을 위한 공장 건립 관련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의 사우디 진출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로 했다.디지털, 의료, 로봇 등과 관련한 MOU도 다수 체결됐다. 양국 협력 분야가 기존의 에너지·인프라에서 전기차, 조선, 수소, 디지털, 의료, 스마트팜, 콘텐츠 등으로 다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문이 ‘중동붐 2.0’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으로 첫 사우디 국빈 방문

윤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한국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이다. 대통령실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희망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라는 ‘돌발 변수’도 빈 살만 왕세자의 초청 의지를 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사우디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1970년대 후반까지 사우디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보다 더 많았지만, 지금 한국은 세계 10위권인 반면 우리는 20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을 목표로 미래 성장 비전을 짜고 있음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불안이 커지고 있는 중동 정세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 등 필요한 협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리야드=오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