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사랑한 '이 회사'…주가 폭락에 '무상증자' 만지작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단독 인터뷰
주가 하락에 "무상증자 고민중" 밝혀

덴마크 기업 인수 효과, 내년 매출 3조 도전
"용접 기술자 보내고 납기 문제도 해결해"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 집무실에서 자사 비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풍력발전기 타워 글로벌 1위 기업 씨에스윈드 김성권 회장은 요즘 국내 보다 해외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다. 미국과 덴마크, 포르투갈을 거쳐 서울로 돌아온다. 칠순을 맞았지만, 매달 지구 한 바퀴를 발로 뛰는 열정은 여느 청년 못지 않다.


"최고의 용접기술로 블라트 문제 해결"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블라트 인수는 회사가 한 번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씨에스윈드는 지난 7월 40년 전통의 덴마크 기업 블라트를 인수했다. 블라트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등을 생산한다. 풍력 발전은 크게 터빈, 타워, 하부 구조물로 나뉜다. 씨에스윈드는 블라트 인수로 풍력발전 기자재 분야 영향력이 더 커졌다.하지만, 인수 관련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블라트가 풍력발전사 오스테드에 공급하기로 한 하부구조물 모노파일을 제 때 납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블라트의 공급 문제를 씨에스윈드가 가진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김 회장은 “블라트가 겪은 문제를 보니 용접을 제대로 못해 열 달 정도 납기 지연이 있었다”며 “용접은 우리 기술자들을 덴마크로 보내고, 납기 지연 문제도 조정해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블라트가 당면했던 용접 실력 부족 문제는 거꾸로 씨에스윈드의 강점이다. 씨에스윈드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K조선’ 신화를 그려낸 용접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서다. 씨에스윈드는 작업장 한 켠에 용접훈련센터를 세워 역량 강화에 나서는 등 용접과 관련된 것이라면 아낌없이 투자했다. 김 회장은 “해상풍력 설비는 바닷물에서 20~30년을 견뎌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튼튼해야 한다”며 “우리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출신 용접공학 박사과 관련 기술인력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씨에스윈드 미국 콜로라도 공장 준공식. 씨에스윈드 사보 캡처

바이든, 공개 석상에서 '엄지척'

씨에스윈드는 미국과 베트남 등 7개국에 글로벌 생산법인을 설립해 풍력타워를 만들고 있다. 유럽·북미 수요가 늘고 있어서 포르투갈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해상용 풍력 세계 시장은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어서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생산 설비도 수요를 따라가려면 부족하다”며 “추가 투자를 해 부지를 더 확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씨에스윈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애정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씨에스윈드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적용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쓰고 있어서다. 그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은 씨에스윈드를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씨에스윈드를 언급하는 등 관심을 보이면서 회사 실적도 오름세다. 지난해 매출 1조3748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씨에스윈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 7659억원, 영업이익 663억원을 거뒀다. 블라트 인수효과가 나타날 내년부터는 실적이 더 ‘점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김 회장은 “내년에는 블라트에서 8000억원 정도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타워 매출이 2조원 이상 나오면 내년 매출 3조원을 도전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 탓에 친환경에너지 관련 산업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씨에스윈드 주가도 상반기 고점 대비 40%이상 내렸다. 김 회장은 주주환원책과 관련해 “무상증자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 집무실에서 자사 비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1989년 철구조물 생산업체인 중산정공을 창업한 김 회장은 풍력발전기 타워를 주력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2006년 씨에스윈드로 사명을 바꿨다. 김 회장은 “우리가 풍력 발전 타워를 열심히 세울수록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우리 회사도 성장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