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AG 금메달, 꿈만 같아…60살에도 게임 즐길 것"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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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파이터V 국가대표 김관우, 강성훈 감독 인터뷰“격투게임이 지금도 너무 재밌다. 60살이 돼도 게임을 즐길 것 같다”
만 나이로 44세. 불혹이 넘은 나이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노익장’ 게이머는 여전히 게임 이야기에 두 눈이 빛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스트리트파이터 5 국가대표 김관우와 그를 도운 ‘일등 공신’ 강성훈 감독을 만났다. 김관우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내 e스포츠 선수 중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금메달 획득 소감을 묻자 두 사람은 모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관우는 “그 순간에는 정말 VR(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내 일 같지 않았다”라며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실감이 났다”라고 말했다. 김관우의 아버지는 “집안의 자랑”이라며 동네에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강 감독 역시 “국내에 복귀해서 방송 등에 출연하면서 '이게 진짜구나'라고 느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김관우가 출전한 스트리트파이터 5는 격투 게임 장르로 국내에선 비주류에 속한다. 그만큼 대회 규모도 크지 않다 보니 생계 유지를 위해 겸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그도 게임 개발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격투게임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퇴근하고도 남는 시간에 계속 즐기고 연습했다”라고 말했다.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김관우의 눈은 다음 단계를 향해 있었다. 3년 뒤에 열리는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시리즈가 매년 바뀌다 보니 세대교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면서도 “계속해서 도전할 생각이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강성훈 감독 역시 “(3년 후 아시안게임에서) 김관우 선수가 한 번 더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힘을 보탰다.김관우의 금메달 소식에 가장 열광한 건 그와 같은 오락실 향수를 공유하는 3040세대다. 강성훈 감독은 “실제로 (직장인 기준으로 봤을 때) 부·차장님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다”라며 “옛 향수에 많이들 공감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관우는 동년배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 감사하다”라며 “그때 당시 추억을 가지고 대전 격투게임을 즐겨 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지금도 적지 않은 나이인 김관우지만 여전히 게임에 대한 애정은 충만했다. 그는 “워낙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종목은 바뀌어도 60대에도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성훈 감독은 “김관우 선수처럼 비인기 종목에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라면서 “e스포츠가 성장하는 만큼 다양성을 위해 비주류 종목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트리트파이터의 경우 올해 열리는 국제 대회인 캡콤컵 총 상금이 13억에 달할 정도로 북미와 일본에서는 인기다. 반면 국내에선 대회를 열기 위해 후원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금메달 획득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체계적인 훈련’을 꼽았다. 김관우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지원으로 받은 과학화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라며 “스트레칭,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최고수들과 연습하며 실력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강성훈 감독은 “감독이 처음인데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합숙 훈련도 진행할 수 있었다”라며 “무작정 연습하기보다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김관우와 강성훈 감독 모두 “e스포츠 역시 스포츠”라고 입을 모았다. 김관우는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을 거치고 함께 기뻐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감독 역시 “게임을 모르는 경기장 스태프도 몰입해서 함께 울고 웃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