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투자, 주주환원 정책 변화에 주목할 때

국내에서 배당 제도 개선을 위해 배당절차 개선방안, 자본시장법 개정,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등이 추진되고 있다. 주주 환원과 주주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움직임과 함께 배당주 ETF도 주목을 받는다. 다가오는 연말, 다양한 국내외 배당주 ETF를 통해 배당 투자 전략을 실행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경ESG] 돈 되는 ESG ETF - 배당투자 ETF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당주 투자의 계절, 11월이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12월 말 회계결산일과 배당기준일이 일치한다. 이에 따라 배당투자에 관심 있는 시장 참여자들은 의례히 10~11월이면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정비를 시작하곤 한다.ESG 투자에 갑자기 웬 배당 이야기인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당은 대표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기업경영 결과물인 수익을 특정 주주나 경영자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주에게 분배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해관계자 중심의 지속가능경영을 지향하는 ESG 관점에서 보면 유의미한 접근이다. 특히 ESG 활동이 양호한 기업일수록 상대적으로 목표 배당 수준이 높고, 목표 배당 수준과 실제 배당 수준의 차이를 보다 빠르게 조정한다는 점이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 등 주요 국가에 비해 주주환원과 주주 권리 보호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배당수익률이 낮은 것과 함께 투자자들이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배당투자를 결정하고 주총에서 결정되는 배당금을 수령하는, 이른바 ‘깜깜이 배당’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배당 제도 개선 추진그러나 우리나라도 2023년부터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첫걸음은 ‘배당 절차 개선 방안’ 발표였다. 금융위원회는 상법에 근거한 결산 배당에 대해, 의결권 기준일(주총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하는 주주 확정)과 배당기준일(배당받을 주주 확정)을 분리해 배당기준일을 주총일 이후로 정할 수 있음을 안내했다.

또 분기배당의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배당을 결정하는 이사회 결의일 이후 배당기준일을 정하도록 하고, 배당 지급 기한은 배당결의일로부터 30일 이내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부터는 기업의 제도 개선 대응 노력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배당 절차 개선 방안 후속 조치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2023년 현재 자산총액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 대상의 의무 공시 사항으로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에 관한 10가지 주요 원칙과 28가지 세부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4년부터는 코스피 상장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의무 공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개정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정부가 상장기업의 ‘주주 가치 제고, 주주 권리 보호, 이사회 구성과 역할’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개정된 법령에 반영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핵심 지표 준수 현황’ 목록에 주주 부문의 지표로 ‘현금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을 추가해 기재 항목이 4개에서 5개로 증가했다. 여기서 예측 가능성이란 ‘배당액 확정일이 배당기준일보다 앞서는지’를 의미한다.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상에 나와 있는 항목 중 법령 개정을 통해 의무화된 내용도 있지만, 배당 절차에 관한 항목은 그렇지 않다. 각 기업의 경영환경에 따라 준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은 국제규범 등에서 권장하는 모범적 지배구조 원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투자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판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하고 오래된 미국 배당주 ETF국내 상장기업의 배당 절차와 주주환원율은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배당 ETF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9월 말 기준 국내에는 국내와 해외 배당주에 투자하는 ETF 상품 33개 상장되어 있으며, 2022년 들어 사상 최대 수준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처럼 저금리, 높은 환율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는 고배당주인 은행, 보험 등 금융주 편입 비중이 높은 고배당 ETF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아리랑(ARIRANG) 고배당주 ETF, 타임폴리오 코리아(TIMEFOLIO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배당투자 전략을 ETF를 통해 실행하려 한다면 좀 더 오랜 기간 다양한 스타일의 배당주 ETF가 출시 및 운용되는 미국 배당주 ETF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9월 말 기준 미국 전체 상장 ETF 150여 개 합산 운용자산(AUM) 7조1000억 달러 중 배당주 ETF의 AUM이 3600억 달러로 약 5%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국내의 경우 배당주 ETF 비중은 약 1.7%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한편, 배당투자라 하더라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업종이 시장 스타일과 불일치할 경우 수익률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주지해야 할 것이다. 배당 성향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의 경우, 잉여 이익을 미래 사업에 재투자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미국 상장 배당주 ETF 중에서는 배당만을 고려할 경우, IT 편입 비중이 축소된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주 중 배당 점수가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ETF도 있다. 위즈덤트리 미국품질배당성장펀드(WisdomTree US Quality Dividend Growth Fund, DGRW.US)가 대표적이다. 시가총액 20억 달러 이상 배당 지급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IT 섹터 최대 25%, 부동산 최대 10%, 그 외 섹터 최대 20% 제한이라는 섹터 분산 요건을 기준으로 운용 중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ESG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