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보다 안정 택한 아르헨티나, 여당 후보 대선 1위 '반전'
입력
수정
과반득표 없어 다음달 19일 결선투표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집권 여당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51)가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5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 모두 당선 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다음달 중순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 정부 경제 장관인 마사 후보는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가 92% 개표된 상황에서 36.3%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예비선거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밀레이 후보는 30.1%로 2위로 밀려났다. 중도 우파 연합 후보인 패트리샤 불리치는 23.8%를 얻었다고 선거 당국은 밝혔다. 다음 아르헨티나 행정부의 수반은 다음달 19일 결선 투표에서 결정된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 득표하고 2위 후보에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밀레이 '공포 효과'에 유권자 놀랐나
마사 후보가 예상 외로 선전한 것은 밀레이 후보가 유권자들의 공포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적 비주류로 분류되는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폐쇄, 장기매매 합법화 등 극단적 자유주의 정책을 표방했다.
지난 8월 예비 선거를 계기로 밀레이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간주되자, 그의 발언은 시장에 실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밀레이 후보가 지난 10일 "아르헨티나 페소는 배설물보다 못하다"고 말하자 달러 대비 페소화 환율은 하루만에 7.3% 하락했다. 반면 마사 후보는 안정성에 승부를 걸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정치 지형에서 주류에 가까운 페론주의(후안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치 이념)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경제 공약도 외채 협상 재조정,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층 감소 등 온건한 내용을 내걸었다. 세르히오 베렌슈타인 정치분석가는 "페론주의 연합의 뿌리 깊은 회복력과 밀레이의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마사의 강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