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험이라고 함부로 갈아타지 마세요" [이민재의 쩐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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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기존 보험 비교 '잘'해야# 40대 직장인인 A씨는 지난해 설계사로부터 새로운 종합보험이 나왔다고 연락을 받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보험과 비교해 더 좋고 변경도 쉽다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해당 설계사와 보험 상담을 과거부터 해왔고 그동안 별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새로운 보험으로 변경을 결정했다. 하지만 A씨는 최근 지인과 가입한 새로운 종합보험을 이야기하다 이전에 가입했던 보험이 현 상황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듣게 된다. 이후 여러 방면으로 살펴본 본 결과 이런 계약이 '부당승환'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디까지 부당승환…"범위 지정"
현장 "부족하다"…실효성 '글쎄'
새로운 보험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보험보다 좋다는 말에 계약을 한 이후, 기존 보험 조건이 더 유리하단 것을 알게 돼 낭패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승환'이라고 한다. 여기서 기존 계약을 해지할 경우 받는 불이익과 새로운 보험계약과 기존 계약의 보험기간과 예정 이자율 등 중요 사항 등을 비교해 알리지 않으면 '부당승환'이 된다.저 출산 등으로 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기존 가입자들의 상품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고객을 공략하는 업셀링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영업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보험 판매를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보험사는 지난 6년간 500여건에 달하는 부당승환 계약을 하기도 했다.
▷ 신규·기존 보험 비교 '잘'해야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도 사태 해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3일 보험 모집질서를 확립하고 부당승환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점적으로 손본 것은 '비교안내 시스템'이다. 현재 보험 설계사는 새로운 보험계약을 진행할 때 다른 보험사와의 계약을 알기 어려워 가입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다. 이 때 관련 정보가 부족해 비교안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신용정보원에 다른 보험사의 계약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비교안내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시스템이 생기면 보험 가입자가 설계사에게 청약 요청할 경우, 설계사는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아 비교 시스템에서 기존 계약을 조회하면 된다. 이후 설계사는 신용정보원과 보험사를 통해 유사한 계약 정보 등을 받아 가입자에게 비교 안내를 진행할 수 있다. 신용정보원과 보험사들은 연말까지 비교안내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어디까지 부당승환?…"범위도 지정"업계는 또 부당승환이 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지정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 범위가 너무 넓을 경우, 정당한 승환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생명보험, 제3보험(질병, 상해, 간병 등 3종), 손해보험(화재, 해상 등 14종), 저축연금보험(저축, 연금 등 2종) 등 20개군 상품 분류를 구체화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비교안내 확인서도 단순히 나열식에서 벗어나 세분화,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 "아직 부족하다"…실효성 '글쎄'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가 고의로 (부당승환을) 하지 않는 한, 비교 시스템으로 문제 발생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근본적으로 부당승환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부당승환이 증가하게 된 배경에는 실적주의 관행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등이 설계사 평가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고의적 부당승환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보험대리점(GA)으로 이동하는 설계사들이 늘면서 이런 경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GA들이 경력직 설계사에 대해 과도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스카우트가 과열되는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승환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대리점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자율협약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면서도 "(자율협약의) 구속력 등을 볼 때 한계가 있고, 최근 GA간에도 설계사 이직이 늘어 과도한 스카우트 문제눈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이민재기자 tobe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