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모르면 일자리 못구해"…취업 기피국가 된 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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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경쟁력 15위…3계단 하락지난 9일 독일 바이에른주 최대 도시 뮌헨의 BMW 본사에서 만난 공장 투어 가이드 율리아 프롬은 “BMW는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과 함께 독일에서 급여 수준이 비교적 높고 근무 환경이 가장 좋은 기업 중 한 곳에 속한다”면서도 “글로벌 환경 변화로 인해 최근 숙련된 인력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봇 등을 활용해 보다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BMW 공장 곳곳에선 ‘KUKA(쿠카)’라는 로고가 적힌 노란색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장비를 나르고 있었다. 쿠카는 40년 넘게 BMW의 전 세계 생산 현장에 산업용 자동화 로봇을 공급해 온 업체다.
독일 경제 성장의 엔진이 돼 온 주력 산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안드레아스 라데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매니징디렉터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4분의 3 이상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며 “고숙련 인력 부족이 독일 차업계의 핵심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독일 수출의 핵심 축을 담당해 온 기계공업 부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독일기계공업협회(VDMA)의 임원인 틸로 브로트만은 “2021년부터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해 왔고, 이는 곧 경제 성장세 둔화로 직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독일경제연구소(IW)와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독일 반도체업계에는 이미 6만2000명의 숙련공이 부족한 상황인데, 인텔 TSMC 등 독일에서 신설·확장되고 있는 공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근로자 35만 명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독일 정부가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정책에 사활을 걸었지만, 외국인 노동자에게 독일은 점점 더 매력적이지 않은 나라가 돼 가고 있다. 독일어를 고수하는 문화, 고율의 세금 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프랑크푸르트에 거주 중인 박모씨도 “독일에서 한 번이라도 집을 구하거나 계좌를 터본 사람이라면 이곳에 정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독일의 인적자원 경쟁력 순위는 2019년 12위에서 2023년 15위로 4년 만에 세 계단 하락했다.
뮌헨=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