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 과학·행정도시 건설로 국가 100년 대계 이끈다

대덕특구 50년…대전 과학수도 비상
9000여개 입주기업, 29만명 고용
방산·우주산업 등 핵심사업 육성
761억 들여 융복합 신기술 실증단지

세종의사당 추진…행정수도 발걸음
세종동 일대에 여의도 국회 2배 규모
국가 균형발전·지역 경제활성화 기대
지난 6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방안을 담은 국회 규칙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도시로 변모할 수 있게 됐다. 세종시 전경. /세종시 제공
올해 대전과 세종은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의미 있는 해를 보내고 있다. 대전은 대덕 특구(옛 대덕연구단지) 조성 50주년을 맞았다.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과학 수도로 비상할 채비를 마쳤다. 지난 6일에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방안을 담은 국회규칙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종은 국회규칙안 통과로 행정수도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됐다. 대전과 세종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생산과 국격을 높일 도시로 변모할 일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류 경제도시 대전 표방

1973년 대덕연구단지로 출발한 대덕 특구는 2005년 연구개발특구로 다시 지정받았다. 재지정 후 현재와 비교해 보면 기술이전 건수는 611건에서 5972건(9.8배), 특구 입주 기업 수는 687개에서 9293개(13.5배), 코스닥 상장기업은 11개에서 115개(10.5배)로 증가했다. 고용인원은 2만4000명에서 28만9000명으로 12배 이상 늘었다. 입주 기업 매출은 2조6000억원에서 60조9000억원으로 23배 이상 커졌다.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대전은 민선 8기를 맞아 방산, 나노반도체, 우주산업, 바이오헬스 분야를 대전의 4대 핵심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대전시는 2027년까지 총 76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5만㎡(약 20만 평) 규모의 융복합 신기술 실증단지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도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테스트베드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대덕 특구가 거점 실증을 맡는 가운데 대전시 곳곳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기업들의 초기시장 진입을 돕기로 했다. 대전은 정부 출연 연구원 및 대학, 공공기관 등 풍부한 실증 인프라를 갖췄지만 공간과 장비, 기술 등 실증 자원의 접근성과 연결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기업 맞춤형 실증사업이 부족하고 실증사업 관리체계가 없어 기업들이 신기술·신제품을 실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대전시는 이번에 추진하는 테스트베드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할 계획이다.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을 조기 추진해 대전이 국내 방위산업 전진기지로 발돋움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 대전에는 국내 방산기업의 24%인 230여 개 기업이 모여 있다. 방사청 자체 예산만 16조7000억원에 이른다. 방사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 대전이 지닌 국방과학기술과 시너지를 발휘해 세계 방위산업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2026년 정부대전청사 인근에 신청사가 완공되면 임직원 1600여 명의 이전이 마무리된다. 인구 증가·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우주산업 클러스터에 대전의 강점인 연구·인재 개발 분야가 포함됐다. 2027년 하계세계대학 경기대회를 유치하고, 호남선 고속화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것도 큰 성과다.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160만 평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았다. 이 밖에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대전역 미래형 환승센터 공모, 베이스볼드림파크 착공,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원, 보문산 개발 확정 등 많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획기적 진전 기대

세종에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방안을 담은 국회규칙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255명 중 기권 1표를 제외한 254명이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단락된 셈이다. 이제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에 대한 더 이상의 의심이나 정쟁은 불필요해졌다. 남은 절차는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확정 후 서둘러 설계에 들어가는 일이다.

국회규칙 통과로 국회 세종의사당의 위치와 이전 범위가 정해졌다. 세종의사당이 들어설 곳은 세종동 일대다. 면적은 63만1000㎡로 현 여의도 국회의 두 배 이상 규모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1년께 완공될 전망이다.

세종의사당으로 이전하는 기관도 정해졌다. 이전 대상 위원회는 세종시 소재 행정부처를 소관으로 둔 정무위, 기획재정위, 교육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이다. 이 밖에 국회 예산정책처와 국회입법조사처도 이전하고, 국회도서관 분관도 세종의사당에 설치된다. 본회의장, 국회의장실 등 국회 주요 권한과 대외적 상징 기능이 있는 장소는 현 국회의사당에 잔류한다. 국회 사무처는 기재부와의 총사업비 협의, 세종의사당 부지매입계약 체결, 사업추진방식 검토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국회 세종의사당 건설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 해소와 국가균형발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 등 크게 세 가지다.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떨어져 있어 발생하던 출장비 등 예산과 시간 낭비를 의미한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한 공간에서 긴밀한 소통과 대화로 질 높은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국회 세종의사당의 보다 근본적인 효과는 국가균형발전 촉진에 있다. 행정수도 건설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균형발전 정책 중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세종시는 세종의사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까지 들어서면 정치와 행정, 국정 및 의정 활동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세종의사당 입지로 관련 기업 이전도 기대된다. 세종시는 이를 지역개발 동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남은 숙제는 계획된 일정대로 국회 세종의사당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건물로 건립하는 일이다. 세종시는 세종의사당의 조속한 건립을 위해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을 건의하고 있다.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은 일반적인 기술 제안 입찰 방식에 비해 1년10개월 정도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방소멸과 수도권 과밀을 막을 대안으로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발전해야 된다’는 당위성이 높아졌다”며 “국회 세종의사당의 조속한 건설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시민 편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전·세종=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