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하마스 섬멸이 목표?…"이스라엘 명확한 작전계획 없어"

"이스라엘, 지상전 준비 덜돼…미국 정부 우려"
하마스 15년간 방어망 구축…시가전 민간인 피해 우려 커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작전 계획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군이 달성할 수 있는 군사적 목표가 부족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지상 침공을 시작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가자지구에서 어떻게 지상전을 전개할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22일에는 미국 ABC 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고 알고 있는 첫 번째 점은 시가전이 극도로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갈란트 장관에게 전쟁법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도록 '격려'했다고 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하 터널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국방부가 3성 장군인 제임스 글린 미 해병대 중장을 비롯한 미군 장교들을 이스라엘에 급파한 것도 이러한 도전에 직면한 이스라엘군을 돕기 위해서다.

앞서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글린 중장을 비롯한 여러 장교를 이스라엘에 파견했다고 보도했다.글린 중장은 해병대 특수작전을 이끌었으며 이라크에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미군 장교들은 미군이 과거 이라크 모술에서 IS와 전투하면서 얻은 경험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내건 하마스 섬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군사적 계획을 아직 갖고 있지 못한 것도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실현 가능한 작전 계획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도 텔아비브에서 한 연설에서 "목표에 대한 명확성과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직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군이 모술에서 했던 것처럼 특수 작전 부대의 표적 공격과 외과식 공습으로 하마스를 제거할 것인지, 2004년 미군이 연합군과 이라크 팔루자에서 했던 것처럼 탱크와 보병을 가자지구에 투입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두 가지 전술 모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지만 특히 지상 작전은 군인과 민간인의 더 큰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특수 작전 부대의 표적 공격과 외과식 공습을 결합한 모술 IS 소탕전 당시 숨진 민간인은 9천명에서 1만1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연구원은 이달 초 분석 보고서에서 IS가 모술에서 2년간 방어를 준비한 반면 하마스는 15년에 걸쳐 빽빽한 방어망을 구축해왔다고 분석했다.미국 정치권에서도 인질 협상과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이스라엘군의 전투 준비 등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지상전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잭 리드 위원장은 "작전상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복잡한 문제이며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군대를 시가전에 투입하는 게 더 낫다"면서 "서두르는 것이 최선의 접근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