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한 반 시게루, 서울 온 이유

오는 24일부터 서울디자인 2023 개최
열흘간 국내외 디자인 동향 전시
서울시내 200곳 디자인스폿 지정
지난 6월 25일 일본 도쿄 벨루스타 호텔에서 만난 오세훈 서울시장과 건축가 반 시게루. / 사진=서울시 제공
‘세상에서 가장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집을 지어준 건축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운영하는 하얏트재단은 2014년 수상자 반 시게루(일본·사진)를 이같이 소개했다. 재난 건축의 대가인 그는 싸고 가벼운 종이 소재로 난민을 위한 임시 주거지를 지어왔다.반 시게루가 이달 서울을 찾는다. 오는 24일부터 열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 2023’에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용 파빌리온(별관 전시관)이 조성된다. 반 시게루는 오는 26일 컨퍼런스 연사자로 나서 작품을 설명하고 강연할 예정이다.

국내 제지회사와 협업해 만든 ‘서울 맞춤형 재난 임시주택’을 전시공간에서 선보인다. 반 시게루가 그동안 설계한 디자인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부터 종이를 건축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한 그는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 때 종이관으로 임시주택을 만들었다. 이후 일본 고베(1995년), 터키(1999년), 아이티(2010년) 등 세계 재난 현장에 종이집과 성당 등을 지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재난 현장에 종이로 제작한 칸막이 2000개가량을 설치해 재난 속에서도 사생활을 지킬 방법을 고안했다. 조립과 이동이 간편하고, 건축물을 해체한 뒤에는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반 시게루와 서울시의 협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 6월 일본 출장길에 성사됐다. 당시 그와 만난 오 시장은 “서울시에 좋은 디자인이 도입되도록 아이디어를 많이 달라”고 제안했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재난 대비 안전을 강화한 공공디자인을 도입하기 위한 전시의 일환”이라며 “반 시게루의 아이디어는 서울시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디자인 2023'에선 반 시게루 재난주택 모듈전시 외에도 기업+영디자이너 브랜드 전시, DDP디자인론칭페어, 기업 전시, 디자인 마켓 등 7가지 컨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디자인 마켓은 DDP 개관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00개 부스로 운영된다. 올해 행사 주제인 ‘가치 있는 동행’에 걸맞는 친환경 제품이 주로 전시될 예정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