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MM 인수해도 과도한 배당 등 제한"

인수 후보와 계약서 초안 공유
핵심자산 매각 등 제지 가능
"사실상 경영 개입"…새 변수

강회장 "적격후보 없으면 유찰"
▶마켓인사이트 10월 24일 오후 4시 1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경영권을 매각한 뒤에도 회사 재무 건전성 등을 위해 회사 경영에 개입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를 인수한 뒤 배당으로 HMM의 곳간을 털어가거나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이런 조건 등을 담은 주주 간 계약 내용이 HMM 매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주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을 통해 LX와 동원, 하림그룹 등 HMM 인수후보들에 본입찰 일정과 주주 간 계약서 초안 등 본입찰에 필요한 내용을 알렸다. 본입찰 일정은 다음달 23일로 정해졌다.

주주 간 계약서 초안엔 회사 인수 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을 제한하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미리 정한 상한선을 넘어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산은과 해진공에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배당을 제한하려는 이유는 인수 이후 배당 등을 통해 HMM의 현금성 자산을 빼갈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2분기 말 기준 HMM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산은과 해진공은 경영권 지분 57.9%를 모두 매각하고 나면 현금 배당 등 경영상의 의사 결정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이 1조6800억원 규모의 HMM 영구채를 보유한 최대 채권자로 남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배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주주 간 계약서 초안엔 배당 제한 외에도 일정 금액 이상의 보유 현금을 지출하거나 주요 자산을 매각할 때, 대규모 차입을 일으킬 때 이를 산은과 해진공이 제지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HMM의 매각 가격 외에도 주주 간 계약의 여러 조건에서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회사 매각 과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수 후보군 입장에선 산은과 해진공이 매각 이후에도 사실상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HMM의 유찰 가능성도 거론했다. 강 회장은 “적격 인수자가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HMM을 이번 입찰에서 반드시 매각할 것이냐”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