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동의 디지털 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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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4월 11일 아폴로 13호는 산소탱크가 폭발하는 뜻밖의 사고를 당했다. 지구로부터 33만㎞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기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적잖게 당황했다. 직접 가볼 수도 없었다. 대신 NASA엔 15개의 시뮬레이터가 있었다. 고장 난 탐사선 환경과 동일 조건을 만들어 수차례 실험을 반복한 끝에 마침내 해법을 찾아냈다. 4월 17일 세 명의 달 탐사 우주인은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50여 년 전 NASA의 이런 시도와 닮은 현대의 기술이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사물, 건물, 도시 등을 디지털에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거울 세계’라고도 부른다. 2000년대 미국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제조업에 처음 도입해 항공기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하는 데 활용한 것을 계기로 제조업은 물론 건설, 헬스케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했다.최근엔 세계 각국이 디지털 트윈 시티에 관심이 높다. 2018년 싱가포르가 디지털 트윈 시티 구축을 완료, 도시계획 등의 가상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네이버가 서울시 605㎢, 60만 동 전역을 모두 3차원(3D)으로 복원해 ‘에스맵’을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 시티를 만들면 모의로 빌딩 배치, 공원 조성 등을 해봄으로써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적용해 최적화한 도로 및 상·하수도 설계도 가능하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재, 홍수 등 재난 시 피해도 줄일 수 있다.
2017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디지털 트윈을 10대 유망 기술로 선정했다. 네이버는 이보다 앞선 2016년 디지털 트윈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8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5개 도시의 디지털 트윈 사업을 수주했다. 내년부터 5년간 수도 리야드,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5개 도시의 3D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사업이다. 도심과 같은 대규모 공간 단위의 디지털 트윈 구축 기술을 보유한 기업, 필요한 기술을 모두 내재화한 기업은 세계에서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한다. 지도의 정밀도도 자율주행 지도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높다고 하니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의 정보기술(IT)이 중동에서 먹힐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쾌거인 만큼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낭보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사물, 건물, 도시 등을 디지털에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거울 세계’라고도 부른다. 2000년대 미국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제조업에 처음 도입해 항공기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하는 데 활용한 것을 계기로 제조업은 물론 건설, 헬스케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했다.최근엔 세계 각국이 디지털 트윈 시티에 관심이 높다. 2018년 싱가포르가 디지털 트윈 시티 구축을 완료, 도시계획 등의 가상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네이버가 서울시 605㎢, 60만 동 전역을 모두 3차원(3D)으로 복원해 ‘에스맵’을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 시티를 만들면 모의로 빌딩 배치, 공원 조성 등을 해봄으로써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적용해 최적화한 도로 및 상·하수도 설계도 가능하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재, 홍수 등 재난 시 피해도 줄일 수 있다.
2017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디지털 트윈을 10대 유망 기술로 선정했다. 네이버는 이보다 앞선 2016년 디지털 트윈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8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5개 도시의 디지털 트윈 사업을 수주했다. 내년부터 5년간 수도 리야드,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5개 도시의 3D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사업이다. 도심과 같은 대규모 공간 단위의 디지털 트윈 구축 기술을 보유한 기업, 필요한 기술을 모두 내재화한 기업은 세계에서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한다. 지도의 정밀도도 자율주행 지도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높다고 하니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의 정보기술(IT)이 중동에서 먹힐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쾌거인 만큼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낭보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