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엔 AI 쓰는 기업만 남아…자체 기술 업그레이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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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글로벌인재포럼“10년 뒤에는 두 종류의 기업만이 남을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을 완전히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해 도태되는 기업입니다.”
'미래 설계자' 피터 다이어맨디스 엑스프라이즈재단 회장
아이언맨 '자비스' 10년내 현실로
재난·질병 등 문제해결 앞당길 것
인간은 유연한 사고 교육에 초점
급변하는 AI환경 적응에 힘써야
피터 다이어맨디스 엑스프라이즈재단 회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AI 기술은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래의 설계자’로 불리는 다이어맨디스 회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분자유전학과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세운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세계적인 비영리 재단으로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할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과 함께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창업 전문 교육기관 싱귤래리티대를 설립해 학장을 맡고 있다. 다음달 1일 개막하는 글로벌인재포럼 2023에서 ‘AI 문명의 만개, 도전과 응전’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특이점은 인류 종말 아닌 기회”
그는 AI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다이어맨디스 회장은 “AI는 빈곤, 기아, 질병과 같은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인간의 노력을 획기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AI 알고리즘으로 위성 이미지를 분석해 가뭄에 대비하고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30~40%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AI가 수백만 건의 의료 기록을 분석해 질병 패턴을 파악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AI는 기업가들이 시간과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가 설립한 헬스케어 기업 셀룰러리티와 백시니티 역시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AI 알고리즘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가속하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백시니티는 뇌졸중, 심장병 등 만성 질환을 해결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싱귤래리티대 공동 설립자인 커즈와일은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다이어맨디스 회장 역시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특이점 개념은 단순한 이론적 구상이 아니라 그럴듯한 미래 시나리오”라며 “생성 AI의 등장으로 우리는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계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이점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이점을 종말론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공생하는 새로운 시대로 봐야 한다”며 “AI를 활용한 과학 연구부터 증강 인간(augmented human)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혁신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성·비판적 사고 교육에 집중해야
생성 AI를 뛰어넘는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등장할 시점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이어맨디스 회장은 “AGI는 AI 연구에서 가장 흥미롭지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 중 하나”라며 “AGI는 기계가 감성 지능, 창의성, 윤리적 추론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혁신 속도를 고려할 때 향후 10년 안에 AGI를 향한 진전이 상당히 이뤄질 것”이라며 “AGI에 이어 디지털 초지능(digital super intelligence)이 도래할 것이며, 이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그가 상상하는 AI의 모습은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AI 비서 ‘자비스’다. 누구나 손쉽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궁극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간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세계다.AI 도입과 함께 기존의 교육 체계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게 주장이다. 다이어맨디스 회장은 “인간은 감성 지능과 비판적 사고,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등 AI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유연하게 기술 중심의 교육 접근 방식을 도입한다면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평생 학습도 강조했다. “AI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기술을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AI를 라이벌로 여기기보다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함께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미래는 인간과 AI의 대결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