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멈춰선 이스라엘 경제…주가·통화가치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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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30만명 소집에 소비 타격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면전을 선언한 이스라엘의 경제적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쟁을 선포하고 가자지구 접경 지역과 레바논 국경 주민을 대피시키면서 해당 지역의 경제 활동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우려로 기업 주가가 급락하고, 전쟁 비용 등 정부 지출이 급증할 우려가 커지며 달러화 대비 이스라엘 셰켈화 가치는 5%가량 떨어졌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이스라엘 경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 우려로 관광산업도 마비
증시 개전 이후 10% 넘게 급락
셰켈화 가치는 5%가량 하락
30만 명 전선에…지역 경제 ‘휘청’
이스라엘 텔아비브증시의 우량주 벤치마크인 TA-35지수는 24일 오후 5시(현지시간) 1620대에서 움직였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전인 1830.65포인트에서 12% 가까이 급락했다. 하마스와의 분쟁이 시작된 이후 전날인 23일까지 셰켈화 환율은 달러당 3.86셰켈에서 4.05셰켈로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셰켈화 환율은 이날까지 11일 연속 올랐다. 1984년 이후 최장기간 연속 상승이다.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3일 기준금리를 연 4.75%로 동결했다.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엔 환율 방어를 위해 중앙은행 보유 외환 가운데 약 300억달러를 시장에 매각했다.첨단 벤처기업 생태계를 앞세워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던 이스라엘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936만 명의 인구 가운데 30만 명이 넘는 예비군이 소집돼 2주 이상 전선에서 대기하고 있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시 체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스라엘 소상공인의 상황을 보도했다. 중부 에멕헤페 지역의 한 맥주 프랜차이즈는 14개 매장 가운데 12곳의 문을 닫았고, 문을 연 2곳도 손님이 급감해 휴점을 검토하고 있다. 하마스의 집중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와 북부 레바논 접경 지역은 경제가 멈춰 섰다. 보도에 따르면 인구 3만 명의 소도시 스데롯은 인구 90% 이상이 대피해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았다. 모든 교차로의 신호등은 주황색으로 깜빡이는 등 유령 도시로 변했다.이스라엘 경제의 주력 중 하나인 관광산업 타격도 크다. 이스라엘행 항공편이 대거 취소된 데 이어 연말 호황을 기대했던 관광 예약도 모두 취소되고 있다. 이스라엘 관광가이드협회는 “안전 우려로 2년 뒤의 투어 계획까지 일부 취소됐다”고 밝혔다. 가이 베이트오르 사곳인베스트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국내총생산(GDP)이 2~3%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보다 돈 더 쏟는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비용은 물론 기업·개인 지원을 위한 예산까지 이중 지출을 감수할 방침이다. 이스라엘타임스에 따르면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입해 매출에 타격을 본 기업을 돕고 근로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이스라엘의 재정 적자 규모는 당초 목표인 GDP 대비 1.1%에서 3.5%로 급증할 전망이다.전쟁이 3개월 이상 장기화하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재무부는 “전쟁으로 인한 정부 지출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예산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팬데믹 기간 486억달러(약 65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그 결과 2020년 적자 폭이 GDP의 11.3%에 달했다. 다만 경제적인 이유로 이스라엘이 전쟁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