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첫 보수 금배지·혁신위원장 배출…순천에 뭐가 있길래

타지역과 교류 잦아 개방적이고
교육 중심지라 이주민 비율 높아
"이념보단 '인물' 밀어주는 경향"
인요한
전남 순천 출신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순천이 호남에서 국민의힘 ‘서진 정책’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순천은 이미 전남 최초 보수정당 국회의원을 배출한 데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전남 유일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을 당선시킨 역동적인 도시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며 체급을 키운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이 지역에서 내년 총선을 향해 뛰고 있다. 보수정당의 불모지 호남이지만 유독 순천에서는 눈에 띄는 보수 정치인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엔 지리 등 이 지역만의 특수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현
순천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순천을 “트인 동네”라고 일컬었다. 전남 동부의 교통 중심지라 타지역과의 교류가 잦고, 이로 인해 인구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호남권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방성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경남과 인접한 영향으로 호남 특유의 폐쇄성이 약하다는 얘기다.

이 전 대표는 “순천은 이념이나 정당색에 강하게 얽매이기보다 인물을 보고 뽑는 경향이 있다”며 “산수(山水)도 부드러워 배타성보다는 유연함이 있다”고 했다. 다른 호남 지역처럼 더불어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아니라 무소속 후보를 순천시장으로 뽑은 것도 그 예다.
천하람
순천이 권역에선 교육 중심지라 이주민 비율이 높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순천은 여수·광양 등 인근 대규모 산업단지의 ‘베드타운’ 기능을 하고 있다. 천 위원장은 “순천고를 필두로 지역에 명문 학교가 많다”며 “인근 산단과 비교해 순천이 발전하려면 ‘좋은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정서도 강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역에서 6년간 의원을 지내며 닦아놓은 지지 기반도 지역민들의 보수정당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 출마 당시 자전거를 타고 마을회관을 돌며 홀로 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지지율이 10%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무려 44.5% 득표를 일궈냈다. 이런 토대에서 천 위원장 같은 중량감 있는 주자들이 도전장을 내며 ‘전남 정치 1번지’로 부상하고 있다.인 위원장 역시 평소 순천 사투리를 구사하며 “우주의 중심은 순천”이라고 말할 정도로 지역에 애착이 깊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국민의힘에서 호남 출신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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