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끝판왕' 샹젤리제 겔랑 매장에 파리지옥이? [지금, 파리 전시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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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겔랑 -프랑스 파리의 '쇼핑 메카' 샹젤리제 거리. 이곳에 있는 럭셔리 뷰티 브랜드 겔랑 매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황금색 향수병 사이로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머리와 얼굴, 몸이 온통 초록색인 여자의 곁을 파리지옥이 감싸고 있다. 1992년생 젊은 작가 마르셀라 바르셀로가 그린 '비너스 플라이 트랩'(2023)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청동으로 만든 기괴한 꽃이 벽에 걸려있는가하면(장 마리 아프리우, '꿈의 독'), 불타고 있는 꽃을 사진으로 남긴 작품(장 즈, '러브 레터 n°25')도 있다. 겔랑이 최근 파리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바젤 파리' 개최에 발맞춰 세계 각국 26명 예술가에게 '꽃'이라는 주제를 던져주고, 그 작품을 매장에 걸어놓은 것이다.'같은 주제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나' 싶을 정도로 작품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도자기로, 어떤 사람은 레진으로 꽃을 빚어낸다. 꽃 역시 어떨 땐 한없이 약한 존재로, 어떨 땐 무섭고 기괴한 존재로 뒤바뀐다.그래서 전시의 제목도 '악의 꽃'(The Flowers of Evil)이다. 19세기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에서 따온 이 전시는 꽃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중국 예술가 얀 페이 밍의 그림이 그렇다. 멀리서 보면 파란색 장미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면 섬뜩한 해골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는 생(生)과 사(死)는 한 끝 차이라는 것.꽃은 성(性)의 은유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작가 로니 란다는 레진으로 꽃잎을 한 장 한 장 빚어 장미를 창조했다. 겹겹의 꽃잎은 여성의 신체 일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우크라이나 예술가 미콜라 톨마쵸프는 밧줄로 꽁꽁 묶인 장미를 그려냈다. 여성에 금욕을 강요하는 사회적 속박을 신선하게 나타냈다. 전시는 다음달 13일까지다.파리=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아트바젤 파리' 맞아 매장에 예술품 전시
청동으로 만든 장미·불타는 꽃잎 사진 등
전세계 26명 작가가 해석한 '꽃' 선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