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애크먼 "장기채 공매도 이제 안한다"…한 마디에 뒤집힌 미국 증시 [나수지의 뉴욕리포트]

"장기채 공매도 유지하기에
시장 불확실성 크다" 트윗

10년물 미국채금리 장중 급락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23일(현지시간) 장중 급락했습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까지 치솟으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웠는데 분위기가 확 바뀐겁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X(구 트위터)에 남긴 '한 마디'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애크먼 회장은 그간 "장기 국채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채를 공매도(쇼트) 하고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태도를 바꿔 "장기채 공매도를 청산했다"고 밝혔습니다.
23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현지시간 오전 11시50분 기준 0.057%포인트떨어진 4.867%에 거래됐습니다. 10년만기 미국채 금리는 장 초반만 해도 5.022%까지 치솟으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몇 시간만에 0.2%포인트 이상 급락한겁니다.

채권금리를 반전시킨 건 애크먼 회장이 X(구 트위터)에 남긴 말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이 날 현지시간 오전 9시 40분께 "우리는 채권 쇼트를 커버했다(We covered our bond short.)"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서 가격 하락을 예상할 때 미리 해당 자산을 파는 것을 '공매도(쇼트)'라고 합니다. 이후 자산 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사서 이전의 공매도를 해소하는 것을 '커버'라고 합니다. 즉 애크먼 회장은 기존에는 장기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장기채 가격이 떨어질 때 돈을 버는 '쇼트' 포지션을 취했지만, 이제는 여기서 빠져나오기로 한겁니다. 이는 애크먼이 더 이상 장기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애크먼 회장은 그간 장기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했습니다. 그는 지난 8월 트위터에 "30년 만기 미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자신은 국채를 공매도 하고 있다고 포지션을 공개했습니다. 이렇게 주장한 근거로 △탈세계화로 물가가 높게 유지될 것 △높은 방위비 지출로 재정이 확대될 것 △노동자의 협상력이 커지며 임금 상승 압력이 강해질 것 △그 결과 장기 인플레이션은 3% 수준에서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런 이유로 "30년물 장기채 금리는 5.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현재 30년물 장기채 금리는 5%까지 올라와있는 상황입니다. 애크먼 회장은 장기채에 대한 관점을 바꾼 이유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거론했습니다. 그는 "지금의 금리 수준에서 채권 시장에 공매도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 위험이 많다"며 "최근의 경제 지표가 보여주는 것 보다 경제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석해보면 이렇습니다. 애크먼은 현재 미국채 금리가 빠르게 급등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식거나 부동산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물가, 고용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는 여전히 미국 경제가 강하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 금리가 급등해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면, 결국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인하할 수 밖에 없을것이라는 게 애크먼 발언의 기저에 깔린 논리입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미래 예상 금리를 반영하는 장기채 금리도 하락(가격 상승)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장기채 공매도에서 빠져나오겠다는 게 애크먼의 생각입니다.

이 날 애크먼의 발언으로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식시장은 장중 상승 반전 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기면서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해왔습니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위험 자산인 주식 시장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뉴욕=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