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DAY 4] 폐암 치료제 렉라자·리브리반트, "경쟁약 타그리소 추월"

얀센 MARIPOSA 임상 결과 공개
비소세포폐암 새 표준치료법으로 떠올라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23일 유럽종양학회(ESMO) 마드리드홀에서 MARIPOSA 연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넷째 날인 23일 늦은 오후(현지 시간).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얀센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경쟁약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비교한 임상 3상(MARIPOSA)의 세부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경쟁약 대비 암의 재발과 사망 위험성을 30% 낮춘 결과가 발표되고, 발표자로 강단에 선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새로운 치료법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강연장은 커다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폐암 새 1차 치료법 될까

MARIPOSA는 오랜 기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1차 치료법으로 군림해온 타그리소의 ‘왕좌’를 빼앗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이었다. 임상 참여 조건에 맞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1074명을 모집해 렉라자·리브리반트 투약군에 429명, 타그리소 투약군에 429명, 렉라자 투약군에 216명을 배정한 대형 연구다. 타그리소 단독 치료 대비 렉라자·리브리반트의 임상적 이득을 입증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였다.임상 성패를 판가름하는 1차 평가지표는 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BICR)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PFS)이었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투약군은 23.7개월, 타그리소 투약군은 16.6개월을 기록했다. 7.1개월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위험비(HR)는 0.7을 기록했다. 타그리소를 투약한 환자 10명이 암으로 재발하거나 사망하는 기간 동안 렉라자·리브리반트를 투약한 환자는 7명이 같은 위험을 겪는다는 의미다. 추적 조사기간이 짧아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의 성숙도는 낮았지만 위험비는 0.8로 나타났다. 타그리소를 투약한 환자가 10명 사망하는 동안 렉라자·리브리반트를 투약한 환자는 8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다.

조 센터장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대비 더 긴 생존기간을 보여줄 뿐 아니라 완전관해(CR) 및 반응지속기간(DOR)에서도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렉라자·리브리반트 투약군에서 CR 환자는 29명(7%)이었으며, 타그리소 투약군에서 CR 환자는 15명(4%)으로 집계됐다. 약효가 지속되는 기간인 반응지속기간(DOR)은 25.8개월 대 16.8개월이었다.이같은 결과를 근거로 조 센터장은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 렉라자·리브리반트 요법이 새로운 1차 표준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그리소보다 소폭 더 긴 16.6개월의 mPFS를 보인 렉라자의 데이터도 눈길을 끌었다.

타그리소 치료 실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MARIPOSA-2

이어서는 타그리소로 치료에 실패해 암이 재발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MARIPOSA-2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타그리소 치료 실패 환자들에게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화학항암요법과 리브리반트·화학항암제 병용요법, 그리고 리브리반트·렉라자·화학항암제를 모두 병용했을 때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하는 연구였다.1차 평가지표인 PFS에서는 리브리반트·렉라자·화학항암제 3중 병용요법이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mPFS가 8.3개월로 가장 길었다. 이어 리브리반트·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이 6.3개월로 나타났으며, 화학항암제는 4.2개월에 그쳤다.

하지만 전체 생존기간에서는 얘기가 달라졌다. 리브리반트·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이 위험비 0.77로 효과를 보인 반면,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화학항암제를 모두 병용한 치료법은 화학항암제 대비 임상적 이득을 보이지 못했다.

그 원인으로는 높은 부작용 발생 비율이 꼽혔다. 중증 부작용을 의미하는 3등급 이상 이상반응(AE)이 리브리반트·렉라자·화학항암제 투약 환자 중 92%에서 나타났다. 투약환자 중 거의 대부분이 심각한 이상반응을 경험했다는 의미다. 리브리반트와 화학항암제만 사용했을 때는 72%, 화학항암제만 사용했을 때는 48%가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치료가 중단되거나 약물 중 일부를 제외한 비율도 리브리반트·렉라자·화학항암제 병용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2개 임상을 평가하기 위해 강단에 오른 조시아 피오트로스카 미국 메사추세츠종합병원(MGH) 교수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보여준 PFS 개선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1차 치료법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도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는 좀 더 긴 관찰 기간을 통해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ARIPOSA-2 임상에 대해서는 “타그리소 치료 실패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선택권이 될 수 있다”면서도 “3가지 약물을 모두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은 난제(challenge)”라고 평가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14시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