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람·이지나 "흥행은 기대 안해"...가무극으로 불러낸 이순신

'칼의 노래', '명량', '노량', '불멸의 이순신'…. 이순신만큼 영화와 드라마, 책의 소재로 많이 쓰인 영웅은 거의 없다. 서울예술단이 다음달 올리는 '순신'은 가무극(춤과 노래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종합 무대예술)이란 다소 새롭고 낯선 방식으로 이순신을 불러낸다. 공연계에서 '품질 보증수표'로 인정받는 연출가 이지나와 소리꾼 이자람이 힘을 합쳤다.
이지나 연출은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무대에 올라가는 이순신은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면모에 집중할 것"이라며 "판소리와 무용, 뮤지컬이 섞인 '총체극'의 형태로 영웅 이순신의 무게감을 구현하기 위해 배우의 걸음걸이 등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꿈 40여개를 역사적 사건과 교차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무용수 출신의 배우 형남희가 이순신의 고통과 고뇌를 신체 동작으로 표현하고, 이순신의 내면과 전반적인 극의 서술을 표현하는 무인 역은 이자람이 맡아 연기한다.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것과 동시에 판소리 작창도 맡았다. 이자람은 "제가 가진 국악적인 기반에 뮤지컬과 현대 음악 등의 어법에서 가져와 새로운 시도를 했다"며 "8~9분 동안 혼자서 소리로 이끌어가는 전쟁 장면은 관객에게 긴장감과 감동을 온전히 전달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상업적인 흥행이 작품의 최우선 목표는 아니라고 했다. 이지나는 "흥행을 목표로 하는 상업 뮤지컬이었다면 판소리와 무용, 뮤지컬 등 이질적 장르를 섞겠다는 대담한 시도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순수예술을 좀더 대중적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자람은 "이지나 연출이 '자람아, 예술 한번 해보자'라며 섭외를 해왔다"며 "판소리의 무거운 긴장감과 대중적인 뮤지컬적인 어법이 조화를 이루는 참신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13년 전 뮤지컬 '서편제'에서 연출가와 주인공 '송화'로 처음 만났다. 지금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이자람은 "이지나 연출은 국악이나 순수예술 안에 고립돼 있던 나를 세상과 대중 앞으로 불러내줬다"며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선생님(이지나)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지나는 "이자람은 나의 '스타'"라며 "무대 위에서 노래와 표정, 동작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 연출가로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달 7~2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