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보다 수사 잘하는 특사경, 존재감 커진다

민간인이지만 경찰 같은 수사권
카카오 총수 포토라인 세우는 등
전문 지식 필요한 사건서 두각
민생사법경찰단은 서울시에 설치된 특별사법경찰로,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사법경찰권을 갖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민사경 직원이 강남의 한 탈모센터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출범 4년 만에 대기업 총수를 포토라인에 세우면서 그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수사를 계기로 특사경의 활동 영역이 한층 넓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5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활동 중인 특사경은 전국에서 약 2만2000명이다. 중앙행정기관에 소속된 특사경이 1만5000여 명, 지방자치단체 소속이 7000여 명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경찰 전체 인원 13만3104명의 16.5% 정도다.2019년 7월 출범한 금감원 특사경은 1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조직이다. 금융위원회 특사경과 함께 가장 최근에 만들어졌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지휘를 받아 금융 범죄에 한해 경찰과 같은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출범 이후 최근까지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사경은 출범 후 4년 동안 연평균 10건 안팎의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 관련 범죄가 여러 건일 정도로 존재감이 작았다.

하지만 ‘특수통’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카오 시세 조종 사건’도 특사경이 불법 행위를 자체적으로 인지한 뒤 수사를 빠르게 진행했다. 주요 금융 범죄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넘겨주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수사 기관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금융 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이 원장의 지휘 아래 전문 수사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특사경은 지자체뿐 아니라 교도소, 국립공원, 원양어선 등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 이들은 1956년 처음 탄생했다. 당시엔 검찰청 서기와 형무소장, 산림주사, 전매청 공무원, 마약단속 공무원, 원양어선 선장 등에게 수사 권한을 줬다.

특사경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이 다 다룰 수 없는 전문 사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출입국 관리와 식품, 의약품 등 업무상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 △행정 업무 수행 과정에서 현장 단속이 필요한 분야 △국가 안보 등 특수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특사경 인원도 2011년 1만3796명에서 현재 2만2000명으로 60%가량 늘었다.

수사 기관보다 더 나은 검거율을 보이기도 한다. 사무장병원 수사가 대표적이다. 건강보험공단이 2014년부터 지난 6월까지 수사를 의뢰한 사무장병원(약국 포함) 사건 중 경찰은 488건(48.4%)만 검찰에 송치했다. 반면 특사경은 건보공단 수사 의뢰 사건의 90.9%를 검찰에 송치하는 데 성공했다. 특사경 내부에서도 “현장 사정을 아는 특사경이 전문 분야 사건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인 사례”라고 평했다.전문 수사 기관이 아니다 보니 한계도 많다. 순환보직이어서 단기간에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낸 ‘특별사법경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년 이상 일한 특사경 비율은 전체의 29.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섭/선한결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