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베트남어…건설현장 안내방송도 4개 국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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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건설현장 풍경25일 서울 성수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이른 새벽 업무 시작과 함께 한국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등 4개 국어 안전 수칙이 안내 방송으로 나왔다. 현장 사무실 관계자는 “알루미늄을 이용해 거푸집을 만드는 골조공사는 이미 베트남인들이 장악하기 시작했다”며 “중국동포(조선족)는 작업반장(오야지)만 하는 등 인력 구조가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자영업과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 중국동포 중심이던 외국인 근로자 판도가 변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인이 빈자리를 차지했다. 건설 업종이 대표적이다. 중국동포는 한국인과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전문성이 높은 공정에만 작업반장으로 투입된다. 팀원들은 동남아 근로자가 대부분이다.토목과 기초, 골조, 마감 공사 등 아파트 공사 단계에 따라 외국인 활용 정도도 달라지고 있다. 장비 없이 몸으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최소한의 공정 이해도가 필요한 골조·마감 공사 단계는 베트남인이 주로 맡고 있다. 거푸집을 설치·해체하는 형틀 목공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공사엔 알루미늄 거푸집을 조립한 뒤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중국동포나 한국인은 일이 힘들다며 기피하고 있다. 성수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도 알루미늄 거푸집을 만드는 인력 40명이 모두 베트남인이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중국동포가 맡았던 ‘알폼’ 업무를 이제는 베트남인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타설 후 거푸집을 해체하고 정리하는 공정도 동남아인이 대부분이다. 해체·정리팀 15명은 모두 몽골과 카자흐스탄인이었다.
자영업에선 한국어 능통자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서울 논현동의 한 음식점은 요리사와 서빙 등을 모두 태국인과 미얀마인이 맡았다. 서울 문정동에서 함박스테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구인 사이트에 공고를 올렸지만 2주째 연락 한 통 받지 못했다. 그는 “동남아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구인 앱에 공고를 올리고 나서야 문의가 쏟아졌다”고 했다.제조업도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시 양지면의 정화조 필터 생산 업체는 작년까지 50명 중 47명이 중국동포였으나 지금은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인 비중이 15명으로 늘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