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뢰와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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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손님이 편의점에서 20대 점원에게 반말로 “담배”라고 하자 점원도 “2만원”이라고 반말로 답했다. 화가 난 손님은 “어디다 대고 반말하느냐”며 점원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모욕죄로 고발된 손님은 50만원의 벌금형과 “존중받으려면 남을 먼저 존중하라”는 법원의 일침을 받았다.
존중은 서로를 높이고(尊) 귀중(重)하게 대하는 것이다. 어느 일방(一方)이 아니라 양방(兩方)의 존중이 핵심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소중하다는 착각에 빠져 상대방의 격이나 가치를 무시하는 장면을 종종 경험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이 연속되면 나는 상대를 높이고 귀중히 대하는데 상대방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의 결핍’이 쌓이고, 결국 신뢰와 존중의 연결고리가 찢어지고 만다.그래서 최근에는 직급·연차로 서열을 정하는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조직 내 역할에 무게를 둔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고객과의 관계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직급이 높다고 직원에게 함부로 하는 임직원, 반복적으로 욕설·협박을 하는 고객 모두 곤란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고객의 경우 ‘블랙컨슈머’로 분류해 다양한 제한 조치를 하는데, 직원뿐 아니라 다른 선량한 고객에게까지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제3의 자본으로 불리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관심이 많다. 인적·물적 자본을 제1, 2자본이라고 한다면 사회적 자본은 제3의 자본이라 불리는데 신뢰와 규범,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신뢰가 높을수록 불필요한 정보 탐색 시간과 거래 비용이 감소해 경제가 양(+)의 기울기로 성장하고 발전을 거듭한다. 쉬운 예로 서로 간에 신뢰가 없다면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중고 물품을 거래하고, 길거리에서 택시를 타는 등 평범한 일상은 불가능하거나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해서 경제가 점점 축소된다.
기업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회사 생활이나 업무를 모두 규범으로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조직을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해줄 신뢰·존중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 축적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회사는 최근 HR본부의 ‘R’을 ‘resource(자원)’에서 ‘respect(존중)’로 바꿨다. 직원들을 더 이상 자원으로만 보지 않고, 신뢰와 존중의 개념으로 확장해 바라보기 위함이다.
조직 구성원과 함께 묘수를 찾아보자! 가속도를 앞세워 조직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플라이휠(fly wheel)’ 말이다. 신뢰와 존중 안에 그 해답이 숨어 있다. 먼저 찾아내는 기업이 미래의 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