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이지나·소리꾼 이자람 "흥행은 나중…예술 한번 해보자고 뭉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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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극 '순신' 무대 올리는 연출가 이지나·소리꾼 이자람‘칼의 노래’ ‘명량’ ‘노량’ ‘불멸의 이순신’…. 이순신만큼 영화와 드라마, 책의 소재로 많이 쓰인 영웅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순신을 ‘가무극’(춤과 노래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종합 무대예술)으로 불러낸 적은 없다.
공연계에서 ‘품질 보증수표’로 인정받는 연출가 이지나(왼쪽)와 한국 최고 소리꾼 이자람(오른쪽)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사람이 서울예술단과 함께 만든 ‘순신’을 다음달 7~2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이지나 연출가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순신의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면모를 집중적으로 그릴 것”이라며 “판소리와 무용, 뮤지컬이 섞인 총체극 형태로 영웅 이순신의 무게감을 구현하기 위해 배우 걸음걸이 등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꿈 40여 개를 역사적 사건과 교차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무용수 출신 배우 형남희가 이순신의 고통과 고뇌를 신체 동작으로 표현하고, 이순신의 내면과 전반적인 극의 서술을 표현하는 무인 역은 이자람이 맡아 연기한다.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것과 동시에 판소리 작창도 맡았다. 이자람은 “나의 기반인 국악에 뮤지컬과 현대음악의 어법을 더했다”며 “8~9분 동안 혼자 소리로 이끌어가는 전쟁 장면으로 관객에게 긴장감과 감동을 전달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상업적인 흥행이 최우선 목표는 아니라고 했다. 이지나는 “흥행을 목표로 하는 상업 뮤지컬이었다면 판소리와 무용, 뮤지컬 등 이질적 장르를 섞겠다는 대담한 시도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순수예술을 조금 더 대중적으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자람은 “이지나 연출가가 ‘자람아, 예술 한번 해보자’며 섭외를 해왔다”며 “판소리의 무거운 긴장감과 대중적인 뮤지컬의 어법이 조화를 이루는 참신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13년 전 뮤지컬 ‘서편제’에서 연출가와 주인공 ‘송화’로 처음 만났다. 지금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이자람은 “선생님(이지나)은 국악이나 순수예술에 갇혀 있던 나를 세상과 대중 앞으로 불러내줬다”며 “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선생님 덕분”이라고 했다. 이지나는 “이자람은 나의 스타”라며 “무대에서 노래와 표정, 동작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