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요 급감한다는데…美 석유 공룡들 '정반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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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셰브론 나란히 이달 메가딜…"오랫동안 석유 필요할 것"
"우크라·중동 분쟁 확대 위협에 미주 지역 투자 집중" 미국 석유 공룡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석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틀렸다는 쪽에 베팅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두 석유 메이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의 영향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덜한 미국 인근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업계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두 건의 메가딜(대규모 인수합병)이 성사됐다.
지난 11일 엑손모빌이 미국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 인수 협상 타결을 발표했고, 이로부터 10여일 뒤 셰브론의 미국 에너지기업 헤스 코퍼레이션 인수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의 투입 금액은 나란히 500억달러(약 67조7천억원)를 넘는다.
또 거대 석유업체들은 원유 시추와 정제 활동을 확대하고 있지만, 풍력과 태양열, 전기차 배터리 같은 대체 에너지에는 돈을 잘 쓰지 않는다.
이런 행보는 전기차 보급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다수 에너지 전문가의 관측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 셰브론의 인수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4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다른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2020년 팔린 자동차 25대 가운데 하나만 전기차였지만, 올해는 5대 중 하나가 될 정도로 보급 속도가 빠르다.
이런데도 석유업체들이 잘못된 베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 IEA 임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석유업계는 세계가 앞으로 오랫동안 그들의 제품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IEA의 주장을 일축한다.
엑손모빌에 합병되는 파이오니어의 스콧 셰필드 최고경영자(CEO)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주요 기업들도 그렇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원유 및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셰필드 CEO는 "누가 제트 연료를 대체할 것인가.
누가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할 것인가.
그 모든 것을 대체할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석유업체들의 또다른 논리는 석유 수요는 계속되지만, 수요 감소에 따라 유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가 내려가면 많은 회사가 매우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거대 산유국들과 경쟁하기가 더 어려워지는데, 몸집을 키우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건의 계약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체결됐기 때문에 향후 유가가 떨어지면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인수하는 기업들이 모두 미국 또는 주변 국가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분쟁 격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셰브론에 인수되는 헤스는 신흥 산유국으로 떠오르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에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고, 미 중북부 노스다코타주의 셰일오일 개발권도 갖고 있다.
엑손모빌에 합병되는 파이오니어는 서부 텍사스와 뉴멕시코주의 수익성 높은 퍼미안 분지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에서 분쟁 확대 위협으로 국제적 투자가 복잡해지자 석유 메이저들이 점점 더 서반구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셰브론의 인수 발표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에 나선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북부 해안 타마르 가스전의 문을 닫으라는 지시를 받은 지 보름 만에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셰브론은 2019년 이후 아제르바이잔과 덴마크, 영국, 브라질 등 국가 내 자산을 매각했다. JP모건에 따르면 파이오니어 인수로 엑손모빌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약 31%에서 45%로 늘어난다.
/연합뉴스
"우크라·중동 분쟁 확대 위협에 미주 지역 투자 집중" 미국 석유 공룡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석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틀렸다는 쪽에 베팅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두 석유 메이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의 영향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덜한 미국 인근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업계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두 건의 메가딜(대규모 인수합병)이 성사됐다.
지난 11일 엑손모빌이 미국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 인수 협상 타결을 발표했고, 이로부터 10여일 뒤 셰브론의 미국 에너지기업 헤스 코퍼레이션 인수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의 투입 금액은 나란히 500억달러(약 67조7천억원)를 넘는다.
또 거대 석유업체들은 원유 시추와 정제 활동을 확대하고 있지만, 풍력과 태양열, 전기차 배터리 같은 대체 에너지에는 돈을 잘 쓰지 않는다.
이런 행보는 전기차 보급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다수 에너지 전문가의 관측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 셰브론의 인수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4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다른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2020년 팔린 자동차 25대 가운데 하나만 전기차였지만, 올해는 5대 중 하나가 될 정도로 보급 속도가 빠르다.
이런데도 석유업체들이 잘못된 베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 IEA 임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석유업계는 세계가 앞으로 오랫동안 그들의 제품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IEA의 주장을 일축한다.
엑손모빌에 합병되는 파이오니어의 스콧 셰필드 최고경영자(CEO)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주요 기업들도 그렇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원유 및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셰필드 CEO는 "누가 제트 연료를 대체할 것인가.
누가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할 것인가.
그 모든 것을 대체할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석유업체들의 또다른 논리는 석유 수요는 계속되지만, 수요 감소에 따라 유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가 내려가면 많은 회사가 매우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거대 산유국들과 경쟁하기가 더 어려워지는데, 몸집을 키우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건의 계약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체결됐기 때문에 향후 유가가 떨어지면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인수하는 기업들이 모두 미국 또는 주변 국가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분쟁 격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셰브론에 인수되는 헤스는 신흥 산유국으로 떠오르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에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고, 미 중북부 노스다코타주의 셰일오일 개발권도 갖고 있다.
엑손모빌에 합병되는 파이오니어는 서부 텍사스와 뉴멕시코주의 수익성 높은 퍼미안 분지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에서 분쟁 확대 위협으로 국제적 투자가 복잡해지자 석유 메이저들이 점점 더 서반구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셰브론의 인수 발표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에 나선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북부 해안 타마르 가스전의 문을 닫으라는 지시를 받은 지 보름 만에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셰브론은 2019년 이후 아제르바이잔과 덴마크, 영국, 브라질 등 국가 내 자산을 매각했다. JP모건에 따르면 파이오니어 인수로 엑손모빌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약 31%에서 45%로 늘어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