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 주고 왜' 낡은 건물 산 30대女…"월 900만원 법니다" [방준식의 N잡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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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임대 '삼삼엠투' 호스트 리나 씨
건물 값은 2억, 리모델링만 2억 투자
자판기 모양 문으로 SNS에서 입소문
"성수기에는 월매출 1500만원 나왔죠"
"저는 일본에서 호텔리어로 일을 했었어요. 밤낮으로 일을 하다가 건강이 나빠졌죠. 어떻게 하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부동산 임대에 나섰어요. 그러다 부산에서 제가 꿈꾸던 매물을 찾았습니다. 1층은 상가, 2층부터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인 낡은 건물이었죠. 총 2억원에 샀지만 낡고 오래돼 리모델링에만 건물 가격만큼 들었습니다. 가장 힘을 준 곳은 출입구였어요. 노란색 자판기 모양으로 SNS에서 입소문이 났죠. 한달에 순수익으로 800~900만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웃음)"서울에 살면서 타 지역에서 공간 임대를 운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계약부터 문의, 퇴실, 정산까지 전부 스마트폰을 통해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퇴실후 청소는 경력있는 매니저를 통해 진행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현지에 운영 매니저를 통해 해결한다. 단기 임대를 통해 시간과 공간적 자유도가 높아졌다. 부산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호텔리어의 꿈을 키우고 있는 리나(닉네임·38)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에서 호스트로 활동 중인 리나(닉네임·38)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일본 5성급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했었습니다.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와 호텔과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했었죠. 그러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어요. 언제부터인가 계속 시간에 좇기는 기분을 들었거든요. 내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어떻게 하면 시간제한 없이 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어요. △아파트 △오피스텔 △고시원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투자와 운영 경험을 쌓았죠. 지금은 저의 본업이 되었습니다. 현재 단기 임대 호스트, 부동산 강사, 그리고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죠. (웃음)"
Q. 최근 부산의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했어요.
“올해 5월 부산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매입해서 리모델링 공사 후 여름 휴가철인 7월에 맞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여성과 커플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죠. 부산에는 모텔이 많이 있지만,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가장 공들인 곳은 출입문이었어요. 다른 곳과 차별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로 게스트하우스의 출입구를 자판기 형태로 디자인했죠. 물론 실제로 제품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레트로한 디자인을 위해 나무 막대가 달린 열쇠도 넣어서 이색적인 공간으로 넘어가는 기분을 들게끔 했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싶게끔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SNS에서 홍보 효과도 보고 있죠. (웃음)"
Q. 서울에 거주하면서 어떻게 부산 게스트하우스를 사셨나요.
"사실 저는 호텔리어를 그만둔 후에도 호텔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언젠가 저만의 호텔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거든요. 제가 가진 예산에 맞는 부동산을 찾다 보니 부산을 주목했죠. 그중에서도 콕 집어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죠. 부산으로 임장을 갔다가 매물을 직접 보고 반했습니다. 부산은 제2도시이자 대표적인 관광지인 만큼 출장객과 관광객의 수요가 모두 많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저의 꿈을 향한 여정이 시작된 된 셈이죠.”Q. 투자금과 월 매출은 어떤가요.
“순수 매입 금액으로 2억원 정도 들었고, 취득세와 인테리어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4억원 정도 들었습니다. 월 매출은 1층에 있는 상가의 월세를 포함해 성수기 기준으로 1500만원 정도 됩니다. 초기에 인테리어에 힘을 준 영향도 있지만 자판기 문을 통한 홍보 효과도 있어서 그런지 임대가 잘 나가는 편이에요. 부산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대출이자 등 고정비를 빼고 한 달에 800~900만원 정도의 순수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유중인 모든 부동산을 합하면 월 평균 3000만원 이상 현금흐름이 발생하고 있어요.”
Q. 부동산을 매입할 때 노하우가 있나요.
“부산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이미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던 건물이긴 했으나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라 철거, 목공, 전기 등 공정별로 업체 미팅을 진행하고 직접 계약을 체결했어요. 이때 어디가 더 저렴하고, 비싼지 가격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어디가 가장 말이 잘 통하고, 대금 처리를 투명하게 진행하는지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Q. 단기 임대로 운영해보니 어떤가요.
“단기임대가 일반적으로 계약하던 방식이 아니다 보니 걱정이 있긴 했어요. 특히 ‘집을 엉망으로 해놓고 나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가장 컸죠. 하지만 플랫폼의 보증금 제도를 믿고 시작해볼 수 있었어요.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서 놀랐죠. (웃음)”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사실 모든 절차가 스마트폰 앱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제가 크게 할 일은 없고, 게스트가 퇴실하는 날에만 직접 방문해서 체크하는 편이에요. 퇴실 청소도 전문 업체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고요. 부산 게스트하우스 같은 경우는 제가 서울에 살기 때문에 운영 매니저를 따로 두고 있어요. 보통 오전 11시에 퇴실하고, 다음 분이 오후 3시에 입주하므로 이 일정에 맞춰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두었고, 제가 부산에 내려가는 건 일주일에 한 번 혹은 2~3주에 한 번 정도 됩니다.”
Q. 예상치 못했던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임대 기간이 짧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처리해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도어락의 건전지가 다 떨어지면 바로 교체해 줘야 들어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업무 중일 때는 바로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급한 대로 게스트에게 자비로 건전지를 구매한 후 영수증을 첨부해 주면 처리해 드리겠다고 안내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시설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Q.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사진만 보고 계약이 진행되다 보니, 입주 당일에 직접 방을 보고 나서 ‘사진과 다르다’고 하거나 ‘머리카락 한 올이 발견되어 청결하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세요.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이런 사유로 다투기에는 서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제 시간만 낭비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입주 당일 불만이 발생하면 바로 환불해 드리고, 바로 다음 계약을 받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Q. 피드백을 얻는 노하우가 있다고요.
“오전 10시까지 도착해서 퇴실하는 분들께 인사하면서 ‘굿 바이 티(good bye tea)’를 드려요.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환영의 의미로 웰컴 티를 주는 것처럼 따뜻한 배웅의 의미로 따뜻한 차를 드리는 것이죠. 지내시는 동안 불편한 건 없었는지 물으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멋지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Q.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플랫폼을 통해 예약부터 결제까지 전부 자동으로 운영할 수 있고, 내 시간을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일반적인 자영업을 생각하면 특정 공간에 머물며 시간을 쏟아부어야 수익이 나는 경우가 많고, 직원을 채용한다고 해도 갑자기 업무 공백이 생기면 내가 투입되어야 하기도 해서 시간과 공간적 자유도가 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기 임대 호스트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계약을 진행할 수 있어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편리한 플랫폼이 이미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궁극적으로 호텔을 인수해서 운영하고 싶습니다. 제가 호텔리어로 일하면서 쌓았던 경험이 임대업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제는 반대로 임대업을 하면서 쌓은 경험을 호텔을 운영하는 일에 활용해 보고자 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객실이 50개 정도 되는 규모의 호텔을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맨 처음 호텔리어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요, 언젠가는 호텔을 직접 인수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제 커리어에 정점을 찍고 싶어요. (웃음)”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주말·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