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큰 AI, 자금조달은 왜 저조?…지금이 옥석 가려 투자할 때" [ABCD포럼]

나승두 "AI 잠재력 크지만 유동성↓…보수적 판단"
새롭게 등장하는 'AI 밸류체인' 기업 관심 받을 듯
나승두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이 26일 '2023 한경 디지털 ABCD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변성현 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굉장히 큽니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를 지나면서 유동성이 감소해 보수적 투자 경향 때문에 자금조달이 줄어들고 있어요. 역설적으로 지금이 기초체력 탄탄한 기업에 투자할 적기(適期)입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3 한경 디지털 ABCD 포럼’ 연사로 나선 나승두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애널리스트·사진)은 이 같이 강조했다. 지금은 AI 시장 성장과 투자의 간극이 나타나는 시기로 AI 업체들의 옥석을 가려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나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전성시대 주목해야 할 투자처’ 주제 강연을 통해 “단순히 산업이 우상향한다 수준을 넘어 성장률의 기울기가 가파른 게 핵심”이라며 “다만 AI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더라도 2022년부터 고금리 기조가 지속돼 적극적 투자 심리는 내년 하반기에나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AI 스타트업이 추가 자금조달할 때 당초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최근 눈높이를 낮춰 기업공개(IPO) 하는 등 당분간 AI 투자 유치는 보수적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들의 고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2023 한경 디지털 ABCD 포럼'이 2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됐다. / 사진=변성현 기자
단 투자자들로선 오히려 옥석을 가려낼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귀띔했다. 나 연구위원은 메타버스의 전례를 들어 “기초체력이 탄탄하지 않은 업체는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 흐름이나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이 살아남고, 이런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당장 AI 트렌드의 수혜를 입을 기업보다는 ‘AI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잘 들어가 있는 기업인지’가 보다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고도 했다.

그는 “상장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특징 중 하나는 세분화된 자기 분야에서 1등 기술을 보유했지만 시장이 너무 쪼개져 있다 보니 1등 기업이라 해도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거나 저평가된 경우도 많다는 것”이라면서 “AI는 범용성 있고 활용처가 다양하므로 차이는 있겠으나 산업의 저변이 넓어지고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기관이든 개인이든 투자자들이 특정 섹터(분야)의 투자 비중을 설정하고 새로운 종목(기업)이 나타나면 일부를 덜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처럼 증시가 조정 받는 시기에는 새롭게 등장(상장)하는 기업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