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취미생활 즐기던 20대女 "무서워 못 하겠다" 이유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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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쌀쌀해지자 '실내 클라이밍' 관심"어느 정도 다 올라갔다 싶으면 한 번에 착지할 수 있게 뛰세요. 겁먹다가 잘못 떨어지면 크게 다칩니다."
안전사고 늘어나…골절·인대 손상·추락사
무리한 '낙법' 요구·안전장치 미흡 등 문제
얼마 전 한 직장인 운동 모임을 통해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고 왔다는 이모 씨(25, 여)가 클라이밍장 안내요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 안내요원은 사람들에게 클라이밍 완등 또는 하차 시 안전하게 몸을 보호하는 기술인 '낙법'을 가르쳐줬다고 한다.의아함을 느낀 이 씨는 결국 안내요원의 말을 듣고 낙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잘못 떨어져 허리와 다리 등에 부상을 입어 2주간의 물리치료를 받게 됐다. 이씨는 "발을 헛디뎌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추락했는데, 떨어질 때 바닥 매트가 얇아서인지 충격이 크게 느껴졌다"며 "운동 좀 제대로 해보려고 한 건데 또 잘못 떨어질까 봐 무서워 다시는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클라이밍을 하다 잘못 떨어져 팔이나 다리를 다친 뒤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후기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클라이밍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잘못 떨어져서 부상을 당한 후 운동을 하는게 겁난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남들과 다른 이색 취미, 건강 관리 등의 목적으로 스포츠클라이밍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실내 클라이밍장(인공암벽장)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인기다. 키워드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온라인상에서 '실내 클라이밍장'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으며, 급격히 날씨가 쌀쌀해진 이달에 들어서는 '실내 클라이밍장' 검색량이 지난달 대비 26배나 뛰었다.실내 클라이밍장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암벽 구조물에 부착된 홀드(암벽에 부착된 구조물)를 따라 손과 발을 이용해 목표 지점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하지만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안전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면서 우려도 자아낸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2)에 따른 사고 접수 현황은 2018년 7건에서 올해 들어 지난 8월 15일까지 총 14건으로 2배 늘었다.
접수된 사고 사례 중엔 골절·인대 손상 등 위해 정도가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한 20대 남성은 클라이밍 중 추락해 우측 전방 십자인대와 연골이 파열됐으며, 다른 30대 여성은 클라이밍 중 매트 위로 떨어져 다리 골절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5월 군산의 한 클라이밍장에서는 등반을 연습하던 60대가 15m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암벽 완등 후 즉시 낙하하지 않고, 인공 암벽에 부착된 홀드를 잡고 내려오는 '클라이밍 다운'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총 93건의 완등 사례를 관찰한 결과, 완등 후 바로 뛰어내리는 방식이 40건(43.0%), 일부 구간만 클라이밍 다운 후 뛰어내리는 건 49건(52.7%)으로 전체의 95.7%에 해당하는 89건이 부상 위험이 큰 완등 사례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실내 클라이밍장에서는 추락 시 충격 분산을 위한 낙법으로, '양발로 착지 후 무릎을 굽히며 뒤로 눕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추락 시 매트 바깥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충분한 폭이 확보돼야 하는데, 조사 대상 25개소 중 24개소(96.0%)는 추락 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바닥 매트의 폭이 좁거나 매트 설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1개소(44%)는 일부 또는 전체 구간에서 등반 벽과 매트 사이에 간격이 있어 해당 부분으로 추락 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었고, 4개소(16%)는 매트 사이 간격이 벌어지거나, 매트 커버가 손상된 채 방치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실내 클라이밍장 이용을 위한 안전기준의 구체화 필요성과 함께,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와 공유하고 인공암벽장 안전관리 방안 마련 검토 등을 건의했다"며 "조사 대상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에는 안전관리가 미흡한 사안에 대해 개선 권고 및 관할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건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인공암벽장을 이용할 때 본인의 실력에 맞는 루트를 선택하고, 완등 후 뛰어내리지 말고 클라이밍 다운 방식으로 내려오는 등 안전 수칙을 지켜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