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25년부터 늘린다…지역 의대 신설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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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증원 로드맵 발표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기 위한 정부 로드맵이 나왔다. 이르면 올해 말께 전체 확대 규모를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께 대학별 확정 인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구체적 증원 규모를 밝히지 않은 데다 신설 의대 설립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원을 배정받기 위한 지역구별 정치 갈등이 가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주간 전국 의대 수요조사 진행
이르면 연내 확대 규모 공개
대학·지자체별 경쟁 격화할 듯
의협 "필수·지역의료, 밑 빠진 독
물 많이 부어도 다 새어나갈 것"
○내년 상반기께 대학별 정원 나올 듯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 브리핑을 열고 “대학별 수용 능력과 교육 역량, 수요, 지역 간 배분, 지역의료 인프라 연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이날 복지부 발표는 후속 대책이다.복지부와 교육부는 이날부터 4주간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학생 수용 역량과 증원 수요, 투자 계획 등을 조사한다. 정부와 의학계, 교육계 인사로 구성한 의학교육점검반이 꾸려져 다음달부터 대학별 서류를 검토하고 현장 실사를 통해 결과보고서를 작성한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최대한 빠른 시점에’ 2025학년도 정원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꾸린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 전문가 등이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정원 확대 규모와 함께 필수의료 종사자의 민형사상 부담을 줄여주고 보상을 확대하는 등 ‘정책패키지’도 발표한다.올해 정원 규모가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수요조사와 사회적 논의를 마무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확대”
전체 정원이 정해진 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정원 배정 계획을 안내한다. 대학별 정원 배정은 내년 상반기 확정한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한 차례만 늘리진 않기로 했다. 정원 확대 수요가 있지만 역량이 부족한 대학은 신규 투자 여력 등을 가늠해 2026학년도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정원을 확대해줄 계획이다.의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당장 급한 불을 끈 뒤 꾸준히 의사 공급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의료인력 확충 가능성도 열어뒀다. 조 장관은 “의대 정원 확충으로 우수한 인재가 임상 분야는 물론 의과학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의과학 분야 인재가 훌륭한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과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당분간 의대 정원을 추가로 받기 위한 각 대학과 지방자치단체별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전체 정원과 지역별 배정 인원 등을 확정하지 않은 데다 신설 의대 설립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발표하는 시점은 올해 말께, 지역별 정원 배정을 확정하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그사이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지역표를 받기 위해 정원 배정을 요구하는 정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배정 두고 정치 갈등 우려
대한의사협회는 반발했다. 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필수·지역의료 현실은 ‘밑 빠진 독’”이라며 “깨진 항아리에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도 결국에는 모두 새어나간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의 정원 수요조사가 왜곡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의대와 부속병원, 지자체, 지역 정치인 등의 이해관계에 따라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국내 의대 신입생 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정해진 뒤 18년간 바뀌지 않았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내 의사 인력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2035년께 의사가 1만 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