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내 유엔연료 오늘 바닥…"빵이냐 아기생명이냐 선택"

중환자·신생아실 참사 공포…'생명줄' 유엔기구 마비 직전
이스라엘, 군사적 전용 우려해 승인 구호품에서 연료 배제
국제적십자, 가자병원 답사 뒤 "완전한 혼돈, 상상불가 환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이 장기화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일대의 병원들이 참사에 직면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섰다는 경고가 나왔다.유엔이 가자지구에 26일(현지시간) 연료가 바닥이 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당장 응급실이나 신생아실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소속 전문가들이 지난 24일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의 알쿠드스 병원과 알시파 병원 등을 방문한 뒤 참상과 혼란에 공포를 드러냈다.

ICRC의 가자지구 담당자인 윌리엄 숌버그는 "(두 병원 모두에서) 연료와 의료용품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24시간 근무 중인 의료진의 탈진 문제도 심각하다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여러날 동안 집에 가지 못한 채 '완전한 혼돈'의 현장에서 가장 힘들고 상상하기 힘든 환경에 놓인 채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숌버그는 "알쿠드스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주변에 대규모 공습이 떨어져 병원 전체가 흔들렸다.

병원들은 다치고 병든 자를 위한 안식처가 돼야 하는데 현재는 내부의 사람들이 보호받는다고 느끼지 않는 장소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이에 앞서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로 인해 26일자로 UNRWA가 보유한 연료가 바닥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전날 저녁이면 소진될 예정이었던 연료를 최대한 아껴썼지만 하루 더 시간을 버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게 UNRWA의 설명이다.
UNRWA는 가자지구 곳곳의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식수 공급을 위한 담수화 시설을 돌리는 동시에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와 중환자용 생명유지장치를 가동할 전력을 생산하는 등에 비축한 연료를 사용해 왔다.하지만, 유대교 안식일인 이달 7일 새벽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방아 1천400명이 넘는 자국민이 살해된 이스라엘은 9일부터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다.

카타르의 중재로 협상이 이뤄지면서 21일부터는 이집트와 가자지구간 국경의 라파 검문소를 통해 국제사회의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드나들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의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며 연료의 반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타마라 알리파이 UNRWA 대변인은 AP 통신에 연료가 바닥을 보이면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연료를) 인큐베이터에 써야 할까, 아니면 빵을 굽는 데 써야 하겠느냐? 이건 정말로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면서 이대로라면 유엔의 구호활동조차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UNRWA의 줄리엣 투마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UNRWA가 가자지구 전역에서 보호 중인 피란민의 수가 6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그는 "UNRWA는 이들의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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